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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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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아가빠

| 작가, 작곡가

말씀

이삭

원죄

고등학생 때 일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저는 이런저

런 책을 읽으며 설익은 고민들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무작정 버스를 탔습니다. 지나다 보니 차창 밖으로 성

당이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동네의 정거장에서 충동적

으로 내려, 그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불이 꺼진 조용한 성당에 앉아 있자니 고해소에 불빛

이 들어왔습니다. 사순 시기였나 봅니다. 잠시 망설이다

가, 순서를 기다려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무릎을 꿇고

고백을 시작했습니다.

“주님, 돌이켜보니 그동안 또 이런저런 죄를 지었습니

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칸막이 너머, 알지 못하는 신부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무슨 의문인가요?”

“바깥에 나와서 다니다 보면 어느새 손이 더러워져 있

어요. 큰 악의를 가지지 않았다 해도, 그저 삶을 살다 보

면 인간의 손은 자연스럽게 더러워집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를 외치지만 정말 내 탓인 것 같지는 않습니

다. 왜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죄를 지을 자유를 주신 걸까

요?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우주 만물과 모든 현상

의 원인, 결과를 다 알고 계신 하느님께서는 어째서 사탄

이 인간에게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셨나요?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산에 오르는 산악인처럼, 죄가 거기에 있기에 인

간들은 죄를 짓는 것 아닌지요? 악이 버젓이 있는데 그

건 또 하느님께서 만드신 게 아니라니, 그러면 악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왜 우리들의 모든 어미는 죄 중에 우리를

배었나요. 신부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의 원죄는 무

엇인가요?”

침묵 뒤에,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제가 신이 아닌데 어떻게 모든 것에 답할 수 있겠

습니까. 이 모든 질문들은 다만 무지의 차원에 속해 있습

니다. … 그런데 자매님, 하느님께서 조건 없이 베풀어주

신 사랑과 은총은 왜 죄다 잊으셨습니까? 왜 세상에 악

이 존재하는지, 왜 무죄한 사람이 고통을 받는지를 인간

이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죄를 물리칠

방법을 가르쳐 주셨으니, 앞으로 그렇게만 하십시오.

흰옷에 얼룩이 묻었을 때 곧장 빨면 쉽게 지워지지만,

그냥 두면 나중에는 빨아도 지워지지 않지요. 죄도 마찬

가지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그 즉시 손을 씻고, 바로 회

개하십시오. 그것만이 앞으로 자매님이 할 일입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신부님의 말씀이 가끔 생각납니

다. 오늘도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언제 더러워졌는지 알

수 없는 손을 씻습니다.

교리상식

민법상이혼을해도재혼을하지않으면성사생활을하는데지장이없습니다. 교회법에 ‘이혼’이란말은존재하지않습

니다. 교회법상 그 부부는 별거 중일 뿐입니다. 여전히 혼인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재혼하게 될 경우입니

다. 이때는 교회법원에 혼인무효신청을 해야 합니다. 곧 이전의 결혼이 애초에 성립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아야 교회

안에서새롭게혼인성사를올리고성사생활을지속할수있다는것입니다.

신자가 이혼을 하면 조당에 걸려 성사 생활을 못 하나요?

글_

교회상식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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