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ࢮਊભ߽

생명

말씀

길을 오가는 이들의 가벼워진 옷차림과 밝아진 표정을

보니이제는정말봄인가봅니다. 신학교교정도곧싱그러

운봄향기에물들겠지요. 곳곳에피어난이름모를꽃들과

푸릇푸릇한싹들, 그리고그속을온통헤집고다니는하늘

이와 사랑이

(신학교에 거주하는 두 마리의 귀엽고 온순한 리트리버입니다)

가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학교의 봄 정취는, 생각만으

로도흐뭇한미소를짓게합니다.

신학교 교정을 산책하다가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과 나

무들을 보면 신기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언뜻 보면 모래

알갱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 조그맣고 딱딱한 씨앗에서

도대체 무슨 조화로 저렇게 아름다운 꽃들과 우람한 나무

들이 나왔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 생물학적인 설명과는 별

개로, 이조그만씨앗안에숨겨진하느님의손길이경탄스

러울따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언급하시는 밀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생명의 온기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그 메마르고 조

그만것을흙에파묻고물을주기만하면어느순간엔가싹

이 트고 자라나 큰 줄기를 이루게 되고, 마침내는 수십 배

의열매가그위에영글어갑니다. 이얼마나놀라운생명의

신비인지.

하지만 밀알 하나가 꽃피워내는 이 생명의 신비는, 참

으로 역설적이게도, 밀알 자신의 죽음을 거치지 않고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 모

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던 그 믿음직한 보호막이

속수무책으로 해체되는 두렵고 당혹스러운 경험을 거치지

않고서는, 밀알은 결코 자신 안에 감추어진 놀라운 생명의

힘을 끄집어낼 수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껍질 안에 숨어

전전긍긍자기자신을지키려고만한다면, 밀알은결코 ‘밀

의 씨’라는 진정한 자아를 만나지 못하고 무생물도 생물도

아닌 메마른 모습으로만 머물러 있다 허무하게 스러져갈

것입니다.

아집과 교만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놓지 못하고 하느님

의 손길에 맡기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싹을 틔우지

못하고 씨앗으로만 머물러 있는 밀알과도 같습니다. 자기

합리화와 지나친 자기애, 그리고 안락함에의 추구가 여러

겹의 껍질이 되어 나를 단단히 감싸고, 그 안에 갇힌 나는

공허한 자기 위안에 사로잡혀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며

하느님을 만나지도, 진정한 나를 깨닫지도 못하니, 이것이

과연우리가추구하는충만한삶의모습일까요.

은혜로운 회개의 때인 사순 시기가 이제 절정으로 치닫

고있습니다. 아프고부끄럽겠지만, 자신을감싸고있던위

선과자기변명의껍질을벗어버리고벌거벗은몸으로자신

의죄와부족함을고백하며주님앞에선다면, 그분은우리

의 회개를 값진 화해의 선물로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바로

그화해의자리에서영원한생명의싹이트고자라게될것

입니다.

최규하

다니엘신부 |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교수

밀알하나가땅에떨어져죽지않으면

석촌동성당은 1988년 8월잠실성당과가락동성당을모본당으로설립되었습니다. 석촌동

(돌마리)

이라는이름은이곳을

돌이많은마을곧돌말또는돌마리라고하던것이한자이름으로석촌이되었습니다. 설립당시잠실성당의신자수가

급속도로증가하여잠실4단지와삼전동전지역,가락동성당에서석촌동전지역을할애받아석촌동성당이설립되었고,

당시신자수는3,560명이었습니다. 1987년8월대지를마련하였고, 현위치580평은분할교환하여마침내 1988년 12

월에서울대교구장김수환추기경집전으로성전축복식을거행하였습니다.

김명중

시몬신부

|

전산정보실부실장

석촌동성당

사진

설명

서울특별시송파구삼학사로1길 18

서울고속버스터미널(준)성당 석촌동성당 노원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