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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3년 동안 한국을 잠시 떠나있던 수녀님이 돌아오셨습니
다. 수녀님은 오랜만에 거닐어보는 수녀원 앞마당에서 한
나무를 보고는 “어, 너 3년 전 그대로구나!”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였답니다. 그랬더니 그 나무가 “아니야, 나 새것
이야!”라고하였답니다.
수녀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수녀들은 깔깔거리며 웃
었지만, 그 짧은 대화는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10
년 전, 20년 전과는 다른 “새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새것”
이라는 것을, 우리는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말입니
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만나는 사람을 예전에 알고 있던
그 사람으로 규정해버리고 관계에 빗장을 걸어버리곤 합
니다.
해마다 성탄을 맞이하면서 그때마다 새로 오시는 예수
님도 우리 안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래서 매
번 맞이하는 성탄이 늘 새로움이면서 때로는 잔잔하게, 때
로는충만하게맞이하게됩니다.
성탄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은 일고여덟 살 때였습니다.
당시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아이들 정서에 좋을 거라는
이유로 저와 언니를 동네에 있는 예배당에 보내셨습니다.
그때저는성모님으로분장하여성탄극을연습했었는데정
작성탄전야연극때에는부모님이모두그예배당신자였
던다른친구에게그역할이돌아가게되었습니다. 어린마
음에도 저는 그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바라보아야 했고 그
렇게아기예수님을쓸쓸하게맞이했던기억이있습니다.
그 후에 제가 세례를 받고 새롭게 태어난 날은 스물한
살이었던 성탄 전야였습니다. 세례식에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교리를 가르쳐주신 수녀님의 말씀에 언니의 하
얀치마저고리를빌려입었던저는마치하얀천사가된것
만같았습니다. 어린시절쓸쓸한성탄의기억이단번에상
쇄되고황홀한기쁨으로첫영성체를하며예수님의성탄을
맞이하였습니다.
한 참 힘들고 어려운 여러 일들로 어렵사리 한 해를 넘
기던몇년전성탄전야의일입니다.
미사 시간 내내 제게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가 있었습니
다. 그소리가얼마나선명하고또렷했는지그감동은지금
까지도 제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 밤에 저는 그 기쁨을 한
편의시로만들어아기예수님께바쳤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 / 내 마음을 밟고 오는 그대 / 저벅 저벅 저
벅 / 내 마음의 뾰족한 자갈들이 / 고운 흙이 되도록 / 그대는
맨발로 밟고 있다. / 마음 안의 잔재들은 / 형체도 없이 무너진
다. / 맑아진 내 마음을 구유삼아 / 그대는 내 마음 밭에 고요
히 눕는다. / 그렇게 그대가 태어난다.
그리고 이번 성탄은 또 어떤 새로움으로 탄생하실지 다
시귀기울이게됩니다.
이희윤
마리스텔라
착한목자수녀회
성탄_내마음을밟고오는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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