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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신앙선조
의
숨결
을 따라
성지순례길-수도권지역
화려하던 나뭇잎이 흙으로
돌아간 겨울날, 길가의 음식점
옆 좁은 길에 들어섭니다. 비좁
은 땅에 무덤 하나와 비석 하나
가 궁색하게 놓여있군요. ‘황사
영 성인묘’를 찾아주어 감사하
다는 자그마한 안내판이 초라하
네요. 무관의 순교자에게 성인
칭호를 쓰고 있으니 민망하기조
차 하군요. 게다가 ‘昌原黃公알렉산델嗣永의墓’라는 비문 역
시 ‘알렉시오’를 잘못 표기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네요. 순
례자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외진 곳에 홀로 누워있는 신앙
선조를대하기무안할따름입니다.
황사영 알렉시오
(1775-1801년)
는 16세
에 진사시에 합격하여 정조가 친히 그의
손을 잡아 격려해준 수재였답니다. 이후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과 혼인한
그는 이승훈에게서 천주교 서적을 얻어
보고, 정약종
·
홍낙민과 토론한 끝에 세
례를 받았지요.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지
자 충청도 제천 배론의 토굴에 숨어 지내며 박해 상황을 기
록하던 중, 주문모 신부의 순교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에 그는 중국 북경의 주교에게 편지를 썼는데, 황심 토마스
가 그 비단 편지를 옷 속에 품고 가다 붙들리고 말았지요. 소
위황사영백서사건이터졌던겁니다.
가로 62cm, 세로 38cm의 흰 명주에 13,311자를 쓴 ‘백
서
(帛書)
’에는 신유박해 중에 순교한 주문모 신부와 교우 30
여 명에 대한 증언, 그리고 조선 교회를 회생하기 위하여 청
나라와 서양에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 담겼답니다. 이 편지
로 인하여 그는 나라를 팔아넘기려는 궁흉극악대역부도죄인
(窮凶極惡大逆不道罪人)
으로 낙인 찍혀 27살의 나이로 서소문 밖
에서 능지처참을 당하였지요. 그의 부인 정명련은 제주도로,
외아들황경한은추자도로유배되었고요.
백서는 1894년 의금부 창고에서 발견되어 뮈텔 주교에
게 전해졌으며, 1925년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식 때 교황 비
오 11세에게봉정되어지금바티칸박물관의선교민속박물관
에 소장되어 있지요. 황사영의 묘는 정조가 잡아주었던 손목
에평생둘렀다던그의명주토시와돌십자가가든청화백자
합이 1980년 황씨 선산에서 출토되어 비로소 확인되었고요.
현재 황사영은 모역동참죄
(謀逆同參罪)
로 능지처참 당한 황심과
더불어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되어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와함께시복심사중에있습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묘소 앞에 선 순례자의 가슴이 먹먹합
니다. 당시 왕이 격려하였을 정도로 전도양양하였던 청년이
자신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을 초개처럼 던져버린 연유를 알
기에 더욱 그러하네요. 바위처럼 굳은 신념과 불처럼 뜨거
운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겁니다. 교회와 신앙을 지
키기 위하여 그가 제시한 방법이 그를지라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까닭이지요. 오직 천주만을 바라보던 젊은이의 모습에
서유유자적한학을떠올립니다.
김문태
힐라리오 | 서울디지털대학교교수
황사영알렉시오 묘
(경기도양주시장흥면부곡리 118-25 가마골)
황사영묘입구
황사영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