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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말씀

이삭

긴 여행을 할 땐 어쩔 수 없이 밤을 통과해야 하는 ‘야

간 비행’을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꼭 한 번씩 생

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입니다. 그는 미술학교에

서 건축을 공부한 비행사였습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아

름다운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습니다. 어린왕자는 세계

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옛날 프랑스

50프랑짜리 지폐에 얼굴이 등장할 만큼 프랑스와 프랑

스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작가입니다. 그는 1943년 정

찰비행 임무 수행 중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제가 20대 땐

그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어린왕자 작가답게

멋있게 죽었다고 생각했지요.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서 다

른 아름다운 별로 갔겠지라고…. 그런데 몇 년 전 남아공

으로 가는 야간비행 속에선 그의 죽음이 더 이상 아름답

지 않고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칠흑 같은 밤 속에서

어떻게 이 지구와 결별했으며, 죽는 순간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 어느 별로 갔을까? 어린왕자의 죽음을 보

는듯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도 제 나이가 구체적인 죽음을 생각해야 할 나이

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긴 요즘 친구들과 죽는 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냥 잠자다가 죽는 것.’ 이것이 죽

을 복이라는 거죠.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 무섭고 공

포스러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그러나 누구나 혼자 가

야 하는 그 ‘초행길.’ 뇌물도 안 통하는 그 길을 나도 모르

는 사이 건너버리는 것. 제 친구 하나는 잠자는 동안 잠자

듯 죽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오케이라고 하더군요. 하긴

최고의 복이라는데 내일 오던 10년 후에 오던 내게 그 복

이 오기만 한다면 웰컴 하며 반항하지 말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봤지만 죽음이 두려운 것은 어

쩔 수 없습니다. 몇 주 전 깜깜한 밤인데 머리가 깨질 듯

이 아파서 119를 불러야 되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냥 침대에 누웠습니다. 머리는 계속 아픈데 피곤했던지

졸음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어머, 나 지금 잠들면 그냥 죽을 것 같아. 안돼 안돼.”

그 아픈 와중에도 저 자신을 비웃었습니다. ‘김세원, 뭐

자는 듯이 가고 싶다며? 왜 안 자려고 그래? 죽을까 봐?’

‘아냐, 유서를 안 써놔서 지금 죽으면 안 돼’라는 비굴한

자문자답. 머리는 몹시 아픈데도 웃음이 났습니다. 결국

잠들었고 이튿날 아침 햇빛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제가 1980년대에 가끔 틀었던 샹송 제목을 소개합니

다. ‘Tout le mond veut aller au ciel mais personne ne

veut mourir’

(모두들 천당에 가기를 원하지만,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

는다.)

김세원

율리아나

| 방송인

아무리죽을복이라지만….

역대

교황님

말씀

| 베네딕도 16세교황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