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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4일

3

말씀

이삭

입 밖으로 한 번 나온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

주워담을수가없습니다. 말은마음먹은생각이입을통해

세상 밭에 뿌려지는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군자가 조심해

야 할 세 가지 끝, 삼단

(三端)

중 하나가 ‘혀끝’인 걸 보면 말

은정말로잘써야하는도구입니다.

나는 70·80년대 역사의 격동기를 완전 연소하지 못한

부끄러운 20대로 통과했습니다. 그 처절한 실존과 관념 사

이에서 오락가락 몸부림치던 스물세 살의 내가 어느 가을

날 저녁 하늘을 젖은 눈으로 쳐다보았을 때입니다. 갑자기

입 밖으로 ‘한잔·1’이 흘러나왔습니다. 몇 십 년이 흘러도

이상하게 술술 주절대는 이 유치한 말장난은 이미 내 인생

의 한 고개에 알코올중독자를 예비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말이씨가된다더니그말은정확히맞아떨어졌습니다.

한잔·1

즐거이한잔 / 슬피한잔 / 그리고청춘이다사랑이다한잔 / 저마

다잔을채우며살아가잔다 / 해저문지평선갈길은먼데 / 가난한

사람위에빈하늘이좋아라 / 저나름으로사는게인생 / 한잔앞에

미안쩍어 / 지난날부끄럼잊어버릴까 / 잔의고백은본시외로운것

/ 누구나다지난후에는그리운시절이오만 / 나는나는내모든이

야기잊고저요 / 오른가슴비가내리고 / 왼가슴꽃잎이지니 / 만나

서한잔 / 헤어져한잔 / 못잊어차마못잊어한잔 / 저마다잔을비

우며죽어가잔다

‘종로 김!’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나의 또 하나의 이름. 아

무리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의 이름. 2010년 어

느무덥던날, 알코올중독으로내생애네번째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을 때 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익명으로 불리던

나의이름. 지금은세상의유혹에흔들릴때무서운스승의

채찍으로 다가오는 이름. 내 다시 열심히 살아가면서 가끔

씩혼자웃으며추억처럼불러보는나만의이름 ‘종로김’.

2017년 6월 현재, 6년 10개월째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고 나름대로 잘 견뎌 내고 있는 ‘종로 김’. 말이 씨가 된

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 몇 년 새 내 말버릇은 사랑과 평

화의말을쓰지않을바엔차라리침묵을배우는쪽입니다.

아니면배꼽빠지게웃거나웃기거나. 이것이지은죄가하

늘의 별처럼 많아 입이 수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나의 유

구무언행

(有口無言行)

입니다. 몸은 크게 세 개의 길을 갖고 있

습니다. 눈길, 손길 그리고 발길. 내 이제는 사랑의 눈길로

세상을바라보고평화의손길로세상을어루만지고그리하

여자유의발길로이세상을걸어가리라. 이아름다운세상

을 만들어 주신 주님과 함께! 이렇게 오랜 세월 잘 가다 보

면 내가 미쳐서 술잔에 침몰시킨 죽음보다 고독했던 내 청

춘인생에조금이나마덜미안하긴한걸까요?

내청춘/ valentino

그대입술처럼, / 내불꽃청춘을덮쳤던먹구름은 / 검은입술을

깨물며 / 내청춘의뒷골목을막빠져나갔다. / 천둥과번개 / 그둘을

다데리고….

예전의 나는 알코올 주

(酒)

님에 빠져 있었지만 지금의 나

는십자가주

(主)

님에빠져있다네! 알렐루야~.

김발렌티노

발렌티노

| cafe인생은아름다와라대표

나는 ‘종로김’이었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