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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천주교와의 인연은 유치원에서 시작됐습니다. 동네에

성모유치원이 있어서 들어가게 됐고, 이후 초등학교 때는

또 어쩌다 혼자 성당에 다니며 세례를 받았으며 고등학교

도 우연히 가톨릭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수녀

님들이선생님인학교, 제게냉담중이라며특별상담을받

아야겠다고자주말씀하셨지만, 강요가없었던학창시절로

기억됩니다.

그러다 방송국에 입사하고, 마음고생이란 것을 처음으

로경험하면서주변에서종교에의지하는선후배들을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개척교회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작은 교회인 만큼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는 목사님이 계셨고, 기도하는 법도 알려주셨고, 두

손꼭붙잡고기도도많이해주셨습니다. 의지할데가생겨

서인지 다니다 보니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

만또사람마음이간사해서어느순간목사님의관심이오

히려 부담스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냉담을 하

게되었고, 저는종교에대한비판만늘어놓고저만의고립

된생활로돌아가게됐습니다.

그런 생활이 길어지던 중, 기독교 신앙심이 깊은 한 친

구를 만나게 됐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진심으로 들

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의심이 많은 제게 유

일하게 진정한 신앙인으로 보이는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난 목사님에 좌지우

지되는 교회가 싫다고. 깊이 없는 비판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대답이 제 입을 더 이상 열지 못하게 했

습니다.

“세진아, 교회는목사님보고가는거아니야. 하느님보

고가는거지~”

한때 성당에 다니면서 너무 형식적이다, 마음을 붙잡아

주는 사람이 없다고 불평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무미

건조하게 성당을 다녀도 되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후

신앙심이 깊은 가족과 결혼의 인연을 맺고 여러 성당을 다

닐기회가생겼는데, 강론을쭉읽어내려가기만하는신부

님, 연세있는어르신들을거의꾸짖듯강론하는젊은신부

님을 비롯해 봉사자들이 쉴 수 있도록 기타를 연주하며 전

례 진행을 직접 하는 신부님, 어린아이들을 성당 맨 뒤 구

석진좁은방에두지말고분위기산만해져도함께나와앉

아서 미사를 보게 하자는 신부님 등 여러 신부님을 보면서

다시 예전 그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번엔 이렇

게 말이죠. ‘신부님 보고 성당 가는 거 아니야 세진아, 하느

님보러가는거지~’

오늘도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

하기 위해 많은 신자들이 이 자리에 와 있으리라 생각됩니

다. 주님께서 오늘은 무엇을 전하고 싶으신지 귀 기울이는

데만온힘을집중해봅니다.

정세진

아녜스

| KBS아나운서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베네딕도 16세

세진아,

성당은신부님보고가는거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