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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종삼묘소
신앙선조
의
숨결
을 따라
성지순례길-수도권지역
남종삼요한묘
(경기도양주시장흥면울대리산 22-2)
화창한 날, 천주교 길음동 교회묘원에 들어섭니다. 바로
앞에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에서 세운 ‘승지 남종
삼 요한 묘’ 안내 표지석이 보이네요. 화살표를 따라 잘 정돈
된 묘역의 왼쪽 길로 올라가자 ‘聖 남종삼
(요한)
묘역’이라 쓰
인 큰 바위가 순례자를 반기는군요. 여기서부터 의령 남씨
가족 묘소랍니다. 가장 높은 곳에 남종삼과 그의 부친 남상
교와차남남규희의묘가나란히자리하고있네요.
남종삼은 1817년 충
청도 충주 남탄교의 슬
하에서 태어나 아들이
없던 종숙 남상교의 양
자로 들어갔습니다.
1838년 문과에 급제하
여 왕을 시종하는 정삼
품의 승지와 왕족 자제를 교육시키는 강제문신 등의 벼슬을
두루 거쳤지요. 일찍이 세례받은 그는 시시때때로 향교에 제
사드려야 하는 관리로서 당시에 제사를 금하였던 교회의 가
르침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답니다. 결국 그는 충주 목사
를 지냈던 부친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관직에서 물러나고 말
았지요. 천주교인 중 가장 높은 벼슬에 올랐던 그가 신앙 때
문에출셋길을포기하였던겁니다.
그는 고종이 등극하면서 다시 좌승지가 되었습니다. 그런
데 1866년에 러시아인들이 두만강을 건너 경흥에 와서 통상
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정에서는 러시아의 남하
를 막는 일이 시급하였지요. 그때 남종삼이 홍봉주 · 이유일
과 논의하여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어하자는 ‘이이제이방
아책
(以夷制夷防我策)
’을 제의하였답니다. 흥선대원군은 영국 ·
프랑스와 동맹을 맺어 러시아를 막아내자는 묘책에 무릎을
쳤습니다. 그는 당장 프랑스 주교를 만나겠다고 하였지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부주교는 각각 황
해도와 충청도로 전교를 떠나 만남이 지체되었습니다. 흥선
대원군은 천주교인을 쳐야 한다는 조정의 강경한 분위기 속
에서 영국 · 프랑스가 연합하여 청나라를 친 애로호 사태가
터지자 태도를 바꾸고 말았지요. 병인박해가 시작되었던 겁
니다.
남종삼은 바로 체포되어 여섯 차례
의 신문을 받고 서소문 밖에서 홍봉주
와 함께 참수되었습니다. 그 뒤 부친
남상교는공주감영의옥에서, 장남남
명희는 전주 초록바위에서 치명하였고
요. 그리고 부인 이소사와 차남 남규
희, 두딸데레사와막달레나는경상도
창녕에 유배되어 노비 생활을 하였지요. 9년 후에는 이소사
필로메나역시옥리에게목졸려치명하였습니다.
동서고금을막론하고부귀, 권력, 명예는누구나선망하는
것이었지요. 일류대학을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높
은 연봉을 받는 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의 꿈인 것처럼 말입
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천주교 신자인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
과 사회의 영달 중 어느 쪽을 택하고 있는지요. 과연 나를 따
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는레위라는세리
(루카 5,27-28)
처럼살수있을까요. 앞
이 탁 트인 성인의 묘소에서 내려오는 순례자의 발길이 가볍
지만은않습니다.
김문태
힐라리오 |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승지남종삼묘안내표지석
성남종삼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