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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한 지 7년이 되어
갑니다. 함께 진행하는 개그맨 이동우 씨와 매일같이 만
난 지도 7년이 되어갑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중도
시각장애인입니다. 삶의 색깔이 바뀐다는 걸 한 번도 상
상하지 못했던 제게 옆에서 지켜보는 이동우 씨는 경이로
움 그 자체입니다. 옆에서 본 그는 장애에 지지 않았습니
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참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중년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이동우 씨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가 개봉
되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러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 그에게 저는
꼭 천만 배우가 되라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이
동우 씨가 사람들이 많은 바닷가 한쪽에 앉아 모래를 만
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내가 “지금 뭐 하고 있어
요?” 물어보자 “딱히 할 게 없어서 앉아있어”라며 그가 대
답하는 장면에서 참 많은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모두 바닷가에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며 몸을 움직이
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그
는 그냥 앉아서 소리만 듣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코끝
이 찡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딱히 할 게 없는
남자였습니다. 중도 시각장애인이라 점자를 사용하는 법
도 익히지 못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외출도 불가능
합니다.
그가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하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
을까 하고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밥 한 끼를 먹는 평
범한 일상도 그에게는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
임을 저는 잘 압니다. 하지만 그는 비장애인인 사람들보
다 더 신나고,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꼭두새벽
부터 운동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베란다에 누워 태닝도
하고, 딸과 영화도 보러 다니고, 책과 시를 사랑하는 속이
꽉 찬 남자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제는 매일 만나는 사이
가 되다 보니 불쑥불쑥 그가 시각장애인인지 잊어버릴 때
도 있습니다. 그만큼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며 자
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삶의 바닥까지 경험해 본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
부러라도 재미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덧
붙였습니다. 몇 해 전에는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하고, 요
즘은 재즈 보컬리스트로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
다. 노래하는 동안은 외롭지 않다며, 할아버지가 되어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도 나누었습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힘듦을 불평하는 대신 삶의 즐거움
을 기꺼이 찾아 나선 그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방
법을 택한 그를 늘 응원합니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그와 함께 많은 청취자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어서, 함께
즐거울 수 있어서, 또 함께 기도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
합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이 귀한 인연을 통
해 오늘도 저는 많이 배웁니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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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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