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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이창용

레오

| 뮤지컬배우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공연 시작 약 두 달 전부터 연습

기간을 가지고 작품을 준비합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올라가 한 번에 연기를 해야 하는 탓에 두 달여 동안

의 연습은 빡빡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 속 인물을 해석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큰 흐름을 읽

어내기 위해 대본을 꼼꼼히 분석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또 저 자신의 연기와 노래, 몸짓과 행동을 통해 무대 위에

설 인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집중력과 끈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습 기간 내내 예민해져 있기 마련

입니다.

5년 전, 6개월 동안 긴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기

공연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계처럼 대사와 노래를

하고있는저를보게되었습니다. 익숙해진연기가저를안

일하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

민하며 휴일에 무작정 혼자 있어 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

습니다.

공연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던 때에는 극도로 예민해

지며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없을것같은두려움이휩싸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의 고향인 시골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

보고 싶었고, 그 길로 간단히 짐을 꾸려 서울역으로 향했

습니다. 시골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좁은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았습니다. 작고 사소한

기억들, 그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

지만 이내 또 공연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다성당앞에다다라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방학이면 시골에 내려가 하루 종일 성당에

서 보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성당에서 친구들과 재미있

게 놀던 기억, 가족이나 친척들과 미사를 드린 기억, 혼자

기도를 드린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성당 문

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이었지만, 우울한

제 모습이 하느님 눈에 뻔히 보일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

습니다. 무작정 시작한 기도는 혼자만의 고해성사가 되었

습니다. 위로받고 있다는 마음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혼자

끙끙 앓던 저에게도 하느님이 계셨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

벼운마음으로서울로올라왔습니다.

다시 공연을 시작하면서 그 성당에서의 느낌을 떠올렸

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연기했습니

다. 5년전의그작품을다시연기하고있는요즘도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매일 새로운 공연을 하듯 집중하고 있습

니다.

내가 기쁘고 행복해도, 슬프고 우울해도, 하느님은 언제

나내안에계시니하루하루가새롭고감사한날입니다.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성비오 1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