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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

(KBS)

에 입사한 저는

올해로 32년째 프로듀서로 살고 있습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천성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

아하는 저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보람

있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선명히남아있는사건이하나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정확히는 1993년 6월 14일월요

일. 제 삶은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입사 3년 차였

던 저는 연예가중계 팀의 막내 피디였습니다. 원래 그날은

배우 황신혜와 고

(故)

변영훈 주연의 영화 촬영 현장 취재를

위해 한강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아침

내한 공연을 위해 입국한 미국의 슈퍼 밴드 미스터 빅

(Mr.

Big)

이 연예가중계와 단독 인터뷰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

니다. 당시미스터빅이부른발라드곡 <To Be with You>

는 빌보드 차트 1위였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신드롬을 일

으키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해외 스타 인터뷰가 생기자

당시데스크였던김선배가 “이영준, 너영어잘하지? 아무

래도 네가 인터뷰하러 가야겠다. 내가 영화 현장 취재하고

올게.” 하시는겁니다.

운명을 바꾼 한마디였습니다. 전날까지 영화 취재를 위

해 사전 준비를 다 마친 저는 영어 ‘때문에’, 아니 ‘덕분에’

처음으로 헬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과 좋아

하는 스타를 만난다는 기대감이 교차하며 한강이 아닌 강

남의 어느 호텔로 향했습니다. 바로 그 시간, 한강에서는

김선배가저대신촬영팀과함께현장을취재하고있었습

니다.

인터뷰를 잘 마치고 돌아가는 취재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던 도중 믿기 힘든 속보가 흘러나왔습니다. ‘한강 헬기

추락 사고. 탑승자 8명 중 1명 구조. 5명 사망. 2명 혼수상

태…’ 여의도로 접어들었을 때 제 입에서 비명처럼 터져 나

온 말은 “성모병원으로 갑시다.”였습니다. 20대 천둥벌거

숭이피디에게는참으로견디기힘든무게의충격이었습니

다. 헬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이는 바로 저

대신 취재를 갔던 김 선배였습니다. 해병대 출신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강골이셨죠. 순간 ’나였다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모골이송연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 이후로 제 남은 삶은 주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선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로렌조야, 너

는 거기서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열심히 살고 오너라.” 주

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제가

좀 더 겸손하게 그리고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

크나큰이유입니다.

말씀

이삭

내가살아야할이유

이영준

로렌조

KBS시사교양국프로듀서,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그림 |

송현철

안토니오

한컷으로보는

교회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