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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자리에서

세례를받으셨나요?

김광현

안드레아

|

서울대건축학과명예교수

축칼럼

어떤자리에서세례성사를받으셨나요?

초대교회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요르단강에서 받으신

세례를본받아강가나샘등자연적으로흐르는물에몸

을담그게해세례를주었습니다. 흐르는물은죄에서벗

어나 다시 사는 생명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지요. 그

러던것이 2세기에는도시의주택을성당으로사용했고,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숨어서 예배를 드렸으므로 건

물안에서세례반에몸을담그게해세례를주었습니다.

세례를주는자리에는몇가지이름이있습니다.

많은 어른 세례 지원자에게 세례성사를 거행하기 위

해 따로 마련된 건물이나 성당의 한 부분을 세례당

(堂)

또는세례소

(所)

라고합니다. 죽음으로내려가는것을상

징해 땅 밑으로 바닥을 낮추어 세례를 주는 곳은 세례

(盤)

이고, 편리한높이의받침대에세례수를담는그릇

을 올려놓은 것은 세례대

(臺)

입니다. 세례반이나 세례대

는 돌로 만들어졌고, 그 안은 금속을 덮은 다음 뚜껑을

잘덮어자물쇠를채워놓았습니다.

초대교회의 비교적 큰 세례반에는 침수 세례를 위해

물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과 물에서 나오는 계단이 붙어

있는데, 이는 각각 죽음과 부활을 나타냅니다. 세례반

은사방 2m이고, 세례를받으려는사람이서있으면넓

적다리까지 잠기고, 무릎을 꿇고 앉으면 가슴까지 잠기

도록바닥이 70cm정도내려가있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세례소는 유프라테스강

상류 지역 시리아의 두라에우로포스

(Dura-Europos)

에 위

치한 232년쯤 개인 주택을 성당으로 바꾼 ‘주택 교회’

에있습니다. 50~70명이모이는작은성당인데도작은

세례소가 따로 마련되었고, 게다가 세례반 위 천장에는

푸른 하늘과 별이, 벽에는 ‘선한 목자’ 등이 그려져 있었

습니다.

7세기 무렵 유럽에는 그리스도교가 널리 퍼지자 어

른 영세자가 줄어들어 독립한 건물인 세례당이 사라졌

습니다. 대신에 어린이 세례가 일반화되면서 세례반도

어린이 한 명이 담길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여기에 받

침대를 둔 세례대가 생겨 어린이는 세례대 위로 들어

올려 물을 부었고, 어른은 세례대 위로 허리를 굽혀 세

례를받았습니다.

그런데우리나라성당에는세례당도없고세례반, 세

례대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한정된 면적에 일 년에

몇 차례 사용하지 않는데 자리를 많이 차지하여 실용적

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세례의

물을 지나 제대에 이르는 구원의 여정을 생각하면, 성

당에서 세례대와 제대는 같은 축 위에 놓여야 합니다.

물이 흘러나오는 샘 모양의 세례대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떻게든 새로운 모습의 세례대나 세례반을 다시 볼 수

있게해야하지않을까요?

두라에우로포스 ‘주택교회’ 세례소복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