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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사람을연결하는다리, 감정이입과공감

신경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고독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 이데올로기와 이익 집단의 편향성과

적대성에 우리 자신의 자아를 맡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

습니다. 그러나, 선의의대립과타협이실종된문화속에서

그러한 시도는 타인을 향한 공감 능력을

상실하게 하여, 자아의 성숙을 후퇴시킬

뿐입니다.

영화 <타인의 삶>은 1980년대 분단

독일에서버거운삶을살던한개인이어

떻게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자아

를 해방시키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

다. 동독의국가보안부 ‘슈타지’의비즐러

대위는 취조실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고

문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냉혈 인물입니다. 확고한 정치적 신념으

로 가득 찬 그는 반체제 인사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제거하

려 합니다. 그런 그에게 반체제 극작가 드라이만을 감시하

라는 임무가 맡겨집니다. 드라이만의 아파트에 도청 장치

를설치하고그를감시하기시작하면서비즐러는자신과는

전혀다른세계관과생활방식을가지고있는그의삶에점

차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드라이만이 읽던 시집을 가져와

읽으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드라이만이 자살한 친구를

애도하며연주하는피아노곡을들으며눈물을흘리기도하

면서그는드라이만에점점더감정이입을하게됩니다. 고

위 관리에 의해 유린당하면서 자신을 속이는 애인 크리스

타를오히려따스하게품어주는드라이만의모습을엿보면

서비즐러는인간에대한참된이해와용서, 공감의의미도

깨닫게됩니다.

드라이만에 대해 공감을 갖게 된 비즐러는 그의 반체제

활동 계획을 알고도 눈감아줄 뿐만 아니라 조직 상부에 거

짓 보고를 하여 그를 보호하고, 체포의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내기도 합니다. 결국 상관에게 발각

되어 어두운 지하실에서 편지를 검열하

는 직책으로 좌천되지만 비즐러는 오히

려 행복합니다. 그가 생전 처음으로 경

험한 감정이입과 공감의 과정은 그로 하

여금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했

을 뿐 아니라, 메마르고 공허한 정치적

신념으로 꽉 채워진 자신의 자아를 성찰

하고치유할기회를주었기때문입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후, 드라이만

은 자신이 국가보안부에 의해 감시당하

고도 체포되지 않았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옛동독슈타지본부의문서보관실을찾습니다. 자신

에 대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그는 자신의 행위를 묵인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을 보호했던 한 비밀 요원, 비즐러의 존재

를알게됩니다. 2년후, 드라이만은새소설을발간하면서

비즐러에게 감사의 헌정사를 바칩니다. 한 번도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지만, 이번에는 드라이만이 그 2년

동안의 침묵 속에서 비즐러에 대한 감정이입과 공감의 과

정을 통해 비즐러의 삶과 자신의 삶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

설했던것입니다.

이광모

프란치스코

|

영화사백두대간대표

영화칼럼

2006년감독_플로리안헨켈폰도너스마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