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ࢮਊભ߽

생명

말씀

갑과을

언젠가부터 갑을관계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립니

다. 보통 계약서에서 주도권을 지닌 쪽을 ‘갑’, 반대쪽을

‘을’이라고 기재함에서 유래합니다. 갑을관계 문화는 위아

래를 철저히 구분해, ‘갑’은 자신보다 아랫사람이라고 판단

되는 ‘을’에게 무례하게 대하며 ‘을’은 ‘갑’의 권위에 맹목적

으로 복종하고 맞춰야 한다는 문화입니다. ‘갑질’과 반대되

는 ‘을질’도 존재합니다. ‘을’이 상대적 약자임을 역이용하

여 ‘갑’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갑’을 곤경에 처하

게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일 성경말씀에서 갑을

관계로잘못이해될수있는부분이나옵니다.

제1독서

(에제 34,11-12.15-17)

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나 이제 양과 양 사이, 숫양과 숫염소 사

이의 시비를 가리겠다”

(에제 34,17)

고 말씀하십니다. 복음

(마태

25,31-46)

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

으로모일터인데, 그는목자가양과염소를가르듯이그들

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

들은왼쪽에세울것이다”

(마태 25,32-33)

라고말씀하십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을 기점으로

전례력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회는 최후 심판에 관한 말

씀을 경청합니다. 최후 심판의 핵심은 양과 염소를 가르

는 기준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

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

태 25,40)

와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마태

25,45)

를 기준으로 하느님의 마지막 심판이 내려질 것입니

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여정을 어떻게 걸어왔는지에 따

라, ‘가장작은이들가운데한사람’인 ‘을’을어떻게대했느

냐에따라최후심판이이루어질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갑을관계로 따지자면, 예수님이야말로 참

된 ‘을’로 사셨던 분입니다. 제2독서

(1코린 15,20-26.28)

에서

“아드님께서도 모든 것이 당신께 굴복할 때에는, 당신께

모든 것을 굴복시켜 주신 분께 굴복하실 것입니다. 그리하

여하느님께서는모든것안에서모든것이되실것입니다”

(1코린 15,28)

라고 바오로 사도는 선포합니다. 우리를 위해 죄

없으신 분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돌아가셨기에, 십자가 죽

음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 사랑의 절정입니다. 영광스러운

부활은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세상에 밝혀주었습

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참된 ‘을’로 사셨던 그리스도

를 본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을’로 산다는 것은 자존

감을 떨어뜨립니다. ‘을’로 산다는 것은 억울합니다. ‘을’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예수님

을 위해, 예수님과 함께 ‘을’로 산다는 것은 기쁨이며 희망

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기에서 ‘갑’으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을’로살고계십니까?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에 ‘빌라도 앞에선 그리스도’를 묵상합니다.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십니다. 바르셀로나 성가정성당의 영광의 파사드 문에

새겨진 부조입니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십니다. 그분의

모습은 우리 삶의 등불입니다.

김문숙

요셉피나

|

가톨릭사진가회

"그때에임금이대답할것이다. ‘내가진실로너희에게말한다. 너희가이가장작은이들

가운데한사람에게해주지않은것이바로나에게해주지않은것이다.’”(마태 25,45)

사진

설명

성가정성당

(사그라다파밀리아)

바르셀로나. 스페인

김상우

바오로신부 |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