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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묵주와어머니

임선혜

아녜스

| 성악가

저의 묵주기도는 그저 어머니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예쁜 동생이 둘이나 있어 어머니

를 독차지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는지, 어머니가 초에 불

을 붙이고 묵주를 꺼내 그 십자가 끝에 입을 맞추고 성호

를 그으시면 조용히 곁에 가서 앉았습니다. 어느새 어머

니무릎에고개를떨구고잠이들고말았지만, 기도시늉이

라도하는저를기특해하시는게좋았습니다.

그러다 저와 동생들에게도 각자의 묵주가 쥐어졌

고, 저희는 기도 후 촛불을 끄는 재미에 30분은 족히 걸리

는 어머니의 기도에 동참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을 한 명씩 선창하다 누가 틀리거나, 졸아서 그 순서를 놓

치기라도 하면 큭큭 웃기도 했습니다. 몸을 배배 꼬고 연

신 하품을 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막내는 아직 잘 안 돌아

가는혀로주모경을줄줄읊었고, 저희삼남매는첫영성체

를준비할때도새로외울기도문이거의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이런 풍경은 차츰 사라졌지

만, 저희는각자교복이나옷주머니에묵주를넣고다니면

서 등하굣길에 묵주알을 굴렸습니다. 고통의 신비를 바치

는 날엔 뭔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았고, 환희나 영

광의 신비를 바치는 날이면 왠지 좋은 일들이 있을 것 같

았습니다. 반면 나중에 추가된 ‘빛의 신비’는 어머니와 함

께 기도했던 추억이 없어서인지 그 순서도 곧잘 헷갈렸

고오래도록낯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독일어로 된 묵주기도 책에서, ‘지

금 네 삶 어디에 포도주가 떨어졌는지 어머니 마리아는 안

다’라는 구절을 읽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카나의 한 혼

인 잔치에 술이 떨어지자 이를 아들에게 귀띔하여 마침

내 물이 좋은 포도주로 변하게 된 예수님의 첫 기적에 관

한묵상글이었습니다.

‘복된 잔치’인 제 삶에 술이 동이 났을 때, 이를 가장 먼

저 알아채고 안타까워하시며 아들에게 알리고, 제게는 그

의말에귀기울이라고이르시는, 그리하여결국더좋은술

로 제 삶이 다시 기쁨으로 차오기를 바라시는 성모님! 끊

임없이 우리를 ‘기도로 초대’ 하시는 묵주기도의 성모님

이제어머니의모습과겹쳐져서더뭉클했던것같습니다.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서인지, 저는 어머니처럼 매일 묵

주기도를 바치는 것이 영 쉽지 않습니다. 거르는 날도 많

고, 5단이길어지레포기할때도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다시 몇 날 며칠이고 간절하

게묵주를굴리지만, 마음이어지러울때는그마음이묵주

에닿기까지오래걸리기도합니다.

언젠가 묵주가 손에 안 잡힌다고 어머니께 털어놓았더

니, 그럴땐다르게기도하라고하십니다.

“다말씀드려. 속상하다고, 맘이아프다고, 화가나고자

존심 상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걱정도 하느님께 맡기고!

입으로외우는기도는엄마가하면되지!”

제게 신앙이 자라고 있다면 그 8할이 어머니의 묵주에

서나왔습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화분

베로니카

수원교구분당성루카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