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Page  2 / 8 Next Page
Information
Show Menu
Previous Page 2 / 8 Next Page
Page Background

ࢮਊભ߽

생명

말씀

군대, 기다림의은총

이원근

아우구스티노신부 | 군종

붉은바위와협곡만있고물한 모금풀한포기없는페트라 협곡에서끝없이묵주를돌리며순례의길

을 걷는 이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 모두, 그분의 길을 걷는 이 모두.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힘을얻는사람들….

김문숙

요셉피나

|

가톨릭사진가회

“어떠한경우에든감사하는마음으로기도하고간구하며

여러분의소원을하느님께아뢰십시오. 그러면하느님의평화가

여러분의마음과생각을그리스도예수님안에서지켜줄것입니다.”

(필리 4,6-9)

사진

설명

페트라. 요르단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때는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는 순간이 아니라 물에서 헤어 나오

기위해허우적거릴때라고합니다. 불안한마음과죽을것

같다는 걱정에 팔다리를 강하게 흔들수록 결국 몸은 물속

으로 더욱 깊이 빠지고 맙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혼자 힘

으로 나오려고 허우적거리면 더 빠져들지만 힘을 빼고 의

지하는마음을가지면몸이떠오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께서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에 여러 걱정으로 불안함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

로의 말씀을 건넵니다. “형제 여러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생각을그리스도예수님안에서지켜줄것입니다.”

비록 일상 안에서 오늘 복음의 포도밭 주인을 대하는 소작

인들처럼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고투정을부릴때도많지만, 혼자서모든어려움을짊어지

는것이아니라주님께의지할수있다는믿음은우리를더

욱굳건하게만들거라고믿습니다.

교회의 전례력 안에서 ‘우울한 시기

(대림, 사순)

’가 있고, 그

이후에 ‘기쁨

(성탄, 부활)

’이 있는 것처럼 인간은 걱정과 불안

속에서 성숙해 나갑니다. 특히 군대 안에서 사회의 첫걸음

을 떼는 군인들에게서도 이러한 성숙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약된 삶 속에서 일시적으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헤맸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원주교구장이신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께서도

군대에서 겪었던 불안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찾을 수 있었

다고 하십니다. “‘흙수저’출신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감사한 마음입

니다. 날마다 3킬로미터 거리의 초등학교를 걸어 다닐 수

있었던가난이오늘의건강한나를있게해준것이틀림없

기 때문입니다. 한편, 반 감옥 같았던 군대 생활은 저를 인

내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기다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군

대에서의 힘든 훈련 덕분에 저는 스스로를 한계 짓던 체력

을넘어설수있었습니다.”

(『오래된대답』 82쪽)

처음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지 않을 수 없듯이 군대

에처음부터잘적응하기어렵고, 적응을해도국방부시계

는 너무 느려서 인내의 시간은 길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신앙 안에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은군종교구에서찾을수있는가장큰행복입니다. 올해로

53번째를 맞는 군인주일이기에 이미 그 행복은 많은 열매

를 맺었고,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의

7만여 명 후원자의 도움으로 지금도 신앙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막막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고, 아버지가 되어 의젓한 신앙인이 될 군인들

을위해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