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ࢮਊભ߽

생명

말씀

항구한믿음

오늘 복음은 항구한 믿음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

다. 아름다운이야기라고해서모든것이순탄한것은아닙

니다. 하지만바로그순탄치않음이이야기를더욱빛나게

하고우리신앙에대한성찰과울림을선사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

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가나안 부인의 간

청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은 뜻밖입니다. “나는 오직 이스

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선택

된 민족 이스라엘을 우선시했던 마태오 복음의 신학을 고

려한다 해도 이방 여인을 대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고 당황스럽습니다. 심지어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

지들에게던져주는것은좋지않다”고까지하십니다.

헌데 그 순간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주님, 그렇습

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

기는 먹습니다.” 냉정하고 가혹한 예수님의 말씀을 무색하

게 만드는 여인의 대응에서 큰 믿음과 간절함이 묻어납니

다. 여인은예수님을원망하거나등돌리지않았습니다. 오

히려겸손한모습으로냉대와거절의시련을받아들이고는

처음보다더작은사람이되어주님의자비에모든것을내

맡겼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방에는 식사 때 작은 빵 조각을 비벼

손씻는풍습이있었습니다. 물이귀했기때문입니다. 여인

이말한 ‘상에서떨어지는부스러기’란먹다흘린음식이아

니라 이렇게 손을 씻은, 어찌 보면 이미 음식이랄 수도 없

는 것이었습니다. 선택된 민족을 위해 마련된 위대한 섭리

까지는 아니라도, 그저 그 은총의 아주 작은 부스러기로도

제딸에게충분할것이라여인은믿었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

로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마침내 이방 여인의 겸손한 간

청을받아들이시며찬탄과기쁨으로그믿음을인정하십니

다. 이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사명의 강조로 시작된 대화가

이방 여인의 믿음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이미 그녀에게 성

취된 구원의 선언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런 대화의 흐름은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예언자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담아내

고있습니다. 첫번째독서에서이사야예언자는장차이방

인들이 어떻게 하느님 구원 역사에 동참하게 될지 예고합

니다.

(이사 56,6-7 참조)

가나안 여인은 어느 것 하나 기대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그로 인해 멸시를 겪었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

까지 예수님께 매달림으로써 큰 믿음의 모범이 되었습니

다. 그녀는 예수님을 구원자로 믿고 매달렸습니다. 예수님

께서는 이 여인의 위대한 신앙 때문에 그녀를 도우셨습니

다. 이처럼 확고하고 인내롭게, 조금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너무빨리포기하지도않으며, 주님만이도우실수있

다고깊이확신하는사람은도움을받습니다.

산 아래 도착해 보니 멀리서 보였던 그 위대한 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벽이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벽을 보기 위해 이 힘든 길을 걸었나 하는 회한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앞을 보지 말고 뒤돌아 네가 걸어온 길을 보라. 자신이 얼마나 대단

한 일을 했는지 자랑스러워해라. 같이 기뻐하리라.’

유별남

레오폴도

|

가톨릭사진가회

“나는그들을나의거룩한산으로인도하고

나에게기도하는집에서그들을기쁘게하리라.”

(이사 56,7)

사진

설명

유환민

마르첼리노신부 | 문화홍보국장

카라코람. 파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