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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이사를 하게 되
었고, 그곳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숙생
이 하나둘 늘더니 곧 열 명이 되었는데, 하숙 일에서 오는
고단함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
어나 열 명의 하숙생과 여섯 명의 식구, 즉 16인분 식사를
차리시면 식사 장소인 마룻바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
람들로 꽉 찼습니다. 저녁에 하숙생이 하나둘씩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내오던 어머니는 하루에도 열 번은 상을 차리
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집 근처에 작은 식당까지 차
리게 되자, 하숙은 하숙대로 식당은 식당대로 어머니의 고
달픈 생활에 삶의 무게가 더해졌습니다. 새벽부터 하숙생
식사 준비로 시작해 밤늦게 가게 문을 닫은 후에도 일은
끝나지 않았고, 술을 거나하게 마신 하숙생이 속이 쓰리다
며밥을청하기도했습니다.
어릴 적 수녀가 되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10대에 세례를
받고 ‘요안나’로 살면서 매일 주님께 기도를 드리셨다고 합
니다. 1994년 성탄 대축일 성야 미사에 제가 늦게 도착했
을 때, 먼저 와 계신 어머니가 미사 시작 전 북적이던 분위
기 속에서 혼자 두 손 꼭 잡고 간절히 기도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얼굴은 그동안
가족을 위해 짊어졌던 모든 버거움과 절박함을 말하고 있
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
는 가족을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어머니는 다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 밤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을 가슴 깊은 울림으
로 느낄 수 있었고, 우리 집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어머니기도와헌신덕분이란걸깨닫게됐습니다.
요즘 세상 살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회복 탄력
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회복 탄력성은 크고 작은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마음의 근
육을 말하며, 강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사람들은 원래 있
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
데, 남보다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사람은 1~3세 사이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 그 사랑의
주체가 ‘엄마’라는 겁니다. 그 결과 어릴 적부터 뇌에 ‘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각인된다는 겁니다.
우리들의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 능력이 유아 시절 ‘엄마’에
게서 비롯한 ‘소중한 자아의식’에서 생성됐다니 놀라울 따
름입니다.
24년간 방송 생활을 하며 때론 넘어지고 다치고 상처도
받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저 역시 어릴 적 어머
니에게서 받았던 무한한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리고 오로지 어머니의 간절했던 기도를 통한 주님의 은총
이었음을깨닫습니다.
말씀
의
이삭
간절했던어머니의기도
신동진
루도비코
| 아나운서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최정아
젬마
수원교구화서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