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ਔ ੈ
말씀
의
이삭
어른이라는것?
가족의 달인 5월을 위한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한언론사의기자를만났습니다. 근래에발생했던아동, 청
소년, 그리고가족간의범죄사건을이야기하던끝에마지
막 이슈라며 던진 질문은 ‘선생님은 좋은 어른이신가요?’란
물음이었습니다. 물론 가족의 달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보
호하자는 캠페인성 질문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겠지만, 제
게는갑자기말문을막히게하는의문문이었습니다.
‘나는과연좋은어른이었던가?’
어젯밤 내내 그동안 만나본 어르신 중 가장 존경심이 우
러났던 분이 어느 분인지, 그 사람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
지 않을까 해서 회상해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떠오
른한분이계셨는데, 바로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
에관한법률’, 약칭청탁금지법제정에주축이되신현대법
원 양형위원회의 위원장이신 김영란 전 대법관이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애들 담임선생님
을 만나러 가는 일은 한없이 조심스럽기만 했었습니다. 초
등학교에서중학교를거쳐고등학교에이르기까지애들선
생님을 찾아갈 때마다 고민했던 것은 다름 아닌 봉투였습
니다. 당시로써는 관행적으로 얼마 이상은 넣어야 한다는
불문율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라도 우
리 아이만 무성의한 부모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필자도 교단에 서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식의인사가좋지않은일이란것은알았지만, 그렇다고해
서 아이들의 선생님에게 제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위험천
만하기까지했었습니다.
역시 올해에도 졸업생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스승
의날에는언제나식사를함께했던제자들이었습니다. 이제
는어엿한사회인이되어남들로부터존경받는위치에있지
만, 여전히 옛 스승을 생각하여 연락해오는 것은 고맙기 짝
이 없는 일입니다. 훌륭한 제자를 바라보는 것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일입니다. 서로 주고받는 물질적인 인사
가중요한것이아니라서로감사하는마음으로서충분하다
는사실을김영란법은다시한번깨닫게해주었습니다.
사람 간의 생활방식, 나아가 문화를 바꾸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쁜 관행들은 정말 잡초처럼 뿌리가
깊어서 솎아내도 다시 자라곤 합니다. 하지만 입법을 통하
여 이렇게 확연히 다른 규범을 공유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서기적과도같은일이란생각이듭니다. 이제는아이들학
교에빈손으로찾아가서담임선생님과애들이야기를하는
것이당연하다고여겨집니다. 스승의날에선물이나꽃, 상
품권을받는일들이이젠나쁜일이란생각마저듭니다. 이
렇게짧은기간안에적폐를청산할수있었던과정은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입법과 새로운 규범에 순응하는 한국
인들에게갈채를보냅니다. 코로나이후좀더정의롭고서
로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물질적인 가
치로 서로의 존재를 입증하기보다는 그저 함께 있는 것이
가치로운사회, 그것이야말로하느님의나라가아닐지요?
이수정
데레사
| 경기대학교교수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박철
베네딕도
| 대치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