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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말씀

이삭

함께오르는산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촬영차

내려간 김에 조용히 혼자 글도 쓰고 휴식도 취할 겸 며칠

더머무르다왔지요. 내려갈때는꽤가벼운마음으로향했

습니다.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건

강을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서울로 돌아올

때는 쫓기듯 걸음을 재촉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텅 빈

시외버스에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앉아 시계만 보며 도착

을기다렸습니다. 며칠새온나라의분위기가심각하게바

뀌어, 힐링은커녕오로지가족이있는집으로가고싶은마

음뿐이었습니다. 참으로예상치못한마무리였죠.

인생을 산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리서 봤을 땐

아름답고 단정하게만 보였던 산이, 막상 입산해 보면 갑자

기 돌부리가 툭 튀어나와 발을 찌르기도 하고, 움푹 파인

구덩이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하듯, 인생도 실제로

살아보기 전까진 앞날을 속속들이 알거나 미리 예측할 수

가 없죠. 그래서, 마치 제가 강원도 여행을 처음 상상했던

것과는전혀다른감정으로마쳤듯, 인생의여러산들도우

리가 어떤 모습으로 하산하게 될지는 감히 장담할 수가 없

습니다. 정상에 올라 힘차게 ‘야호’하고 외치고는 콧노래를

부르며내려올수도있고, 다시는발도들이지않겠다고다

짐하며헐레벌떡도망쳐나올수도있을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것이 쉬운 등산이든 힘든

등산이든, 우리가그산을오를때는늘하느님께서동행해

주신다는 점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는 특별히 더 어렵고,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산행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그분은

분명우리와함께걷고있습니다. 앞으로어떤난관이펼쳐

질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감히 앞을 내다볼 수 없

을정도로우리인간의시야는그저한정적일뿐이지만, 그

럴수록 주머니 속 신앙이란 나침반을 꼭 쥐어야 하는 이유

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등반은 나 하나가 아닌, 너무나도 많은

인원이한꺼번에같은산과분투하고있습니다. 어쩌면, 각

자 따로 따로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헤쳐나가라는 뜻

은아닐지헤아려봅니다. 자주단절돼있고갈라져있던우

리들에게, 이번만큼은잠시같은비를맞고같은흙을밟으

며,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보라는 말씀을 하고 계신

지도모릅니다. 넘어진형제자매에겐손을뻗어주고, 물에

빠진형제자매에겐나뭇가지를내어주라는의미일수도있

습니다. 혹여 빗줄기가 너무 사나워서 때로는 뿔뿔이 저마

다의동굴속에몸을피해야할지라도, 결국엔모자란물리

적접촉의자리를정서적교감이대신하고, 무엇보다, 부족

했던기도의시간으로채워나갈수도있을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커다란 산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시는 하

느님. 그분의 발뒤꿈치만 보며 길을 잃지 말고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자세히 보면, 발밑에 돋아나는 파릇파릇한 새

싹이어느덧봄을알리고있습니다.

안현모

리디아

|

방송인

우순기

그라시아 |

장위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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