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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제53차세계평화의날담화문 |

희망의여정인평화:

대화

화해

생태적회심

⃞장애와시련에맞서는희망의여정인평화

평화는 소중한 선

(善)

입니다. 평화는 우리 희망의 대상이고 온 인류 가족

의열망입니다. 평화를향한희망은실존적긴장을특징으로하는인간의자

세입니다. 이러한실존적긴장덕분에, “목표를향하여나아가는현재라면, 그

리고이목표를확신할수있다면, 또한이목표가힘든여정을정당화할수

있을만큼위대한것이라면,” 우리는온갖어려움안에서도현재를 “받아들이

고살아갈수있습니다.” 따라서희망은, 극복할수없어보이는장애들이있

을때조차도우리가여정을시작하고계속해서앞으로나아가게해주는덕

목입니다.

우리인간공동체는기억으로든실재로든전쟁과분쟁이남긴상흔들을

지니고있습니다. 점점더큰파괴력을지니는전쟁과분쟁은특히가난한이

들과힘없는이들에게끊임없는피해를주고있습니다. 모든나라가증오와

폭력을조장하는착취와부정부패의굴레에서벗어나고자애쓰고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의 존엄성, 신체적 온

전성, 종교의자유를포함한자유, 공동체연대, 미래에대한희망이무시당하

고있습니다. 많은무고한희생자들은모욕과배척, 슬픔과불의의고통을겪

고있습니다. 그들민족과그들이사랑하는이들에대한구조적적개심에서

비롯되는정신적상처는말할나위도없습니다. 국내외분쟁의참상은흔히

무자비한폭력으로증폭되고인간의육체와정신에오랫동안영향을미칩니

다. 모든전쟁은인류가족의사명으로새겨진형제애를파괴하는일종의형

제살해입니다. 흔히전쟁은타인의다양성을받아들이지못하는불관용에서

시작된다는사실을우리는알고있습니다. 이러한불관용이소유욕과지배욕

을조장하는것입니다. 전쟁은인간의마음안에있는이기심, 교만, 증오에서

비롯됩니다. 그러한 인간의 마음은 파괴로 이끌며, 타인을 부정적으로만 바

라보고 그들을 배척하며 없애버리도록 몰아갑니다. 전쟁은 관계의 왜곡, 패

권장악의야망, 권력남용, 타인에대한두려움, 다양성을장애물로보는시각

으로부추겨지며, 동시에이모든것을악화시키는것도전쟁입니다. 최근저

의 일본 방문에서 강조했듯이, 역설적이게도 “이 세상은 공포심과 불신으로

지탱되는거짓안보에바탕을두면서안정과평화를수호하고보장하려하는

사악한이분법을경험하고있습니다. 이는결과적으로민족들사이의관계를

해치고모든대화의가능성을가로막아버립니다. 평화와국제적안정은상

호파괴에대한공포나전멸의위협에기반한그어떤시도와도양립할수없

는것입니다. 평화와국제적안정은미래에봉사하는연대와협력의세계윤

리에서시작될때에만가능합니다. 미래는오늘과내일의온인류가족이상

호의존과공동책임으로일구어가는것입니다.” 모든위협적인상황은불신

을키우고, 자기만의안전한곳을찾아움츠러들도록부추깁니다. 불신과공

포는 관계를 약화시키고 폭력의 위험을 증대시키면서, 결코 평화의 관계로

이끌수없는악순환을만들어냅니다. 이와같은의미에서, 핵억제도신기루

같은안보만만들어낼따름입니다. 따라서전멸의공포를통한세계안정의

유지를주장할수는없습니다. 이세상은핵의구렁텅이로이어지는벼랑끝

에매달려있고무관심의장벽에갇혀있는지극히불안정한평형상태에놓

여있습니다. 그러한상태에서인간과피조물이서로를보호하는것이아니

라모두버림을받는비극적상황들을불러오는사회경제적결정들이내려

집니다. 그렇다면우리는어떻게평화와상호존중의여정으로나아갈수있

습니까? 위협과공포의병든논리를어떻게깨뜨릴수있습니까? 현재만연

하고있는불신의힘을어떻게타파할수있습니까?하느님께공동기원을두

고있는우리는, 이공동의기원에기초하고대화와상호신뢰로이루어지는

참형제애를추구해야합니다. 평화를향한갈망은인간의마음속깊이새겨

져있는것입니다. 그갈망을채울때까지는만족한채머물러있어서는안됩

니다.

⃞기억과연대와형제애에기초한경청의여정인평화

히바쿠샤

(Hibakusha)

, 곧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생존자

들은 오늘날 집단 양심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히바쿠

샤들은다음세대들에게1945년8월에일어난그사건의참상과지금까지이

어지는말로형언할수없는고통에대하여증언합니다. 그들의증언은희생

자들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보전하여 인류의 양심이 온갖 지배욕과 파괴

욕에더욱강력히맞설수있게합니다. “현재와미래세대들이이곳에서무

슨일이벌어졌는지잊지않게해야합니다. 바로그러한기억이더욱공정하

고형제애넘치는미래를보장하고증진합니다.” 오늘날세계곳곳에서많은

사람들은 히바쿠샤들처럼, 미래 세대가 과거 사건을 잊지 않게 하려고 기억

의 지킴이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이와 같은 과오가 재발되거나 과거에

사람들을 현혹시킨 계략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또

한경험의열매인기억이평화증진을위한현재와미래의결정들에밑바탕

이되고영감으로작용할수있게하려는것입니다. 더욱이, 기억은희망이펼

쳐지는지평입니다. 전쟁과분쟁의어둠속에서도연대의작은몸짓을체험

했을때, 이에대한기억이용기있고영웅적이기도한결단으로이어지는경

우가많습니다. 또한이러한기억은개인과공동체안에새로운활력을북돋

우고새로운희망을불타오르게할수있습니다. 그런데평화의여정을시작

하는것은매우복잡한도전과제입니다. 사람들, 공동체들, 국가들사이의수

많은이해관계가상충되고있기때문입니다. 우리는무엇보다도먼저사람들

의도덕적양심에그리고개인적정치적의지에호소하여야합니다. 실제로,

평화는인간의마음깊숙이에서우러나오는것입니다. 정치적의지는언제나

새로워져야합니다. 그렇게할때에, 개인과공동체의화해와일치를위한새

로운길들을찾을수있습니다. 세상은공허한말이아니라확신에찬증인들

이필요합니다. 곧, 배척이나조작없이대화에열려있는평화의일꾼이필요

합니다. 실제로, 서로다른견해와이념을뛰어넘어진리를추구하는사람들

사이에 확신에 찬 대화 없이는, 참평화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평화는 “언제

나꾸준히이룩해나가야하는것”입니다. 평화는, 우리가언제나공동선을추

구하고자신이한말에책임을지며법을존중하면서함께나아가는여정입

니다. 상호경청은상호이해와존중으로이끌수있고, 심지어원수에게서형

제자매의 얼굴을 알아보게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평화의 여정은 지속적인

투신을 요구합니다. 평화의 여정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고, 희생자들을 기

억하며, 복수심보다훨씬강한공동의희망으로한걸음씩나아가는길을여

는인고의노력입니다. 법치국가에서, 민주주의는이평화여정의중요한기

틀이될 수 있습니다. 이를위하여, 민주주의는정의에 바탕을 두고, 각 개인

의권리, 특히힘없고소외받는이들의권리를수호하고자노력하며, 계속진

리를추구해나가야합니다. 지역과국가와전세계공동체의모든차원에서,

각개인이책임감있는기여를하는사회를건설하고이를발전시켜나가는

것이중요합니다. 바오로 6세성인께서강조하신대로, “평등과참여의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