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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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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죽음 너머에 영원한 생명의

문이 열려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였기에 고통

을 겪으면서도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이들이 있

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고령과 무서

운 질병을 끝까지 견뎌내면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

러분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남겨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

의 부활과 부활 신앙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임을

다음과 같이 힘차게 선언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되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

(1코린 15,14)

예수님의 부활로 모든 인간 생명이 풍요로워졌지

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생명이 억압받고 있습니다. 만연된 물질주의가 부자

와 가난한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죽음의 세력이 그럴듯한 논리와 이론으로 포

장되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소

외되고 고통받은 이들 중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

택을 하기도 합니다. 죽음의 세력은 경제적 이유로,

자유와 자율의 이름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

로 생명을 억압하고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생명경시로 이어질까

우려를 표합니다. 이와 관련한 후속 입법 절차가 신

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국가는 어떠한 경우

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합니다. 인간

생명이 가진 존엄성은 사회 경제적인 상황이나 다수

의 의견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인간 생

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되

어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언제 어

디서나 인간의 생명은 가장 고귀한 가치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우리 신앙인

들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 편에 서야 합니다. 우리 신

앙인들은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며

죽음보다는 생명을 택하는 데에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말

이나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생명을 위해 봉사하

고 희생하며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에 반대되는 죽음의 문화와 유

혹을 단호히 배척합시다.

우리 교회의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 영원한 생

명을 증거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신자들은

온갖 희생을 감수하고 각자의 가정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고 인

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들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우리

와 함께 살아계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

에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우리 신앙인들의 자비로운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서리

염수정안드레아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