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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

2019년제52차세계평화의날담화문

좋은 정치

평화

에 봉사합니다

1“이집에평화를빕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받을사람이있으면너희의평화가그사람위에머무르고, 그렇

지않으면너희에게되돌아올것이다.”

(루카10,5-6)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 제자들이 맡은 사명의 핵심

입니다. 이평화는, 비극과폭력으로얼룩진인류역사속에서평화를갈

망하는모든이에게전해지는것입니다.

(루카2,14참조: “지극히높은곳에서는하

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집’은, 각자 다양성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모든 가정, 모든 공동체, 모든

나라, 모든대륙을의미합니다. 그리고무엇보다도이집은구별이나차

별없이모든개인을의미합니다. 이집은우리 ‘공동의집’, 곧하느님께

서 우리가 살아가도록 마련해 주신 이 지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

는관심을가지고이지구를돌보도록부름받고있습니다. 저도바로이

말씀으로새해인사를드립니다. “이집에평화를빕니다!”

2좋은정치를위한도전과제

평화는, 시인샤를페기

(Charles Peguy)

가칭송하는희망과유사합니다.

(샤

를페기, 「두번째덕행의신비로들어가며」(Le Porche du mystere de la deuxieme vertu), 파리

1986 참조)

평화는폭력의돌밭에서피어나는여린꽃한송이와도같습니

다. 어떤희생을치르더라도권력을추구하겠다는욕심이남용과불의로

이끈다는것을우리는알고있습니다. 정치는인간공동체와제도를설립

하는데에근본이되는수단입니다. 그러나정치인들이정치활동을인류

공동체에대한봉사로여기지않을때, 정치는억압과소외와심지어파

괴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

구든지첫째가되려면, 모든이의꼴찌가되고모든이의종이되어야한

다”

(마르 9,35)

. 바오로 6세교황님께서강조하신대로, “정치를지역적, 국가

적, 국제적분야에서엄격히규정지어야한다는말은바로인간의의무를

강조하는것과같습니다. 개인에게는, 자기도시와국가와전인류의선익

을도모하기위하여각사람에게부여된선택의자유라는가치와그구체

적인실현을인정하여야할의무가있는것입니다.”

(바오로6세, 교황교서 「팔십

주년」(Octogesima Adveniens), 1971.5.14., 46항 수정 번역, 『교회와 사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

회, 1994(제1판), 483면)

정치의역할과책무는국가에봉사하도록부름받은모

든이에게끊임없이도전과제를제기합니다. 정치인들은자기나라를위

해봉사하면서그나라에서살아가는사람들을보호하고정의롭고가치

있는 미래를 위한 조건을 창출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

람들의생명과자유와존엄에대한기본적인존중을바탕으로정치활동

이 이루어진다면, 정치는 참으로 사랑의 탁월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3사랑과인간적덕행:인권과평화에봉사하는정치의기본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그

리스도인은자신의직업과사회적역량에따라그러한사랑을실천하도

록부름받았습니다. …공동선을위한노력이사랑으로활성화되면단순

한세속적정치적활동보다더값어치있는것이됩니다. …인간의지상

활동이사랑으로일어나고유지되면인류가족의역사가나아가는목표

인보편적인하느님도성의건설에기여하게됩니다.”

(베네딕토 16세, 회칙 「진

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2009.6.29.,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9(제1판), 7항)

신의 문화나 종교와 관계없이 인류 가족의 선익을 위해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이 대의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정치인은 좋은 정치 활동에 뒷받침이 되는 인간적인 덕행인 정

의, 공정, 상호존중, 성실, 정직, 신의를실천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복음의 충실한 증인으로 2002년 선종하신 베트남의

응우옌반투안프란치스코하비에르추기경님이제안하신 ‘정치인의참

행복’을떠올려보는것도도움이될것입니다. 자신의역할에대한고결

한 감각과 깊은 이해를 지닌 정치인은 행복합니다. 신의의 모범을 보여

주는정치인은행복합니다. 사리사욕이아닌공동선을위해일하는정치

인은행복합니다. 일관성을유지하는정치인은행복합니다. 일치를위해

일하는정치인은행복합니다. 혁신적인변화를위해일하는정치인은행

복합니다. 경청할수있는정치인은행복합니다. 두려워하지않는담대한

정치인은행복합니다.

(응우옌반투안, 파도바에서열린 Civitas 국제회의와전시 ‘30일’

에서한연설(Discorso allamostra-convegno “Civitas” di Padova: “30giorni”), 5항, 2002)

선거와공직생활의모든단계는정의와법에영감을주는원천과기준

을되짚어보는기회가됩니다. 한가지분명한것은, 좋은정치는평화에

봉사한다는것입니다. 좋은정치는상호의무이기도한기본인권을존중

하고증진하여,현세대와미래세대를신뢰와감사의유대로이어줍니다.

4정치적악습

안타깝게도, 정치는 미덕과 함께 개인의 무능이나 체계와 제도의 결

함으로 악습도 지니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러한 악습은 정치에 참여한

이들의권위, 결정, 행동뿐만아니라정치생활전반에대한신뢰를떨어

뜨립니다. 참된 민주주의 이상을 위태롭게 하는 이러한 악습은 공직 생

활에 불명예를 초래하고 사회 평화를 위협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형태의부패를생각해볼수있습니다. 공적자원횡령, 개인착취,

권리부인, 공공질서무시, 부당이득, 무력이나국가이성

(raison d’etat)

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