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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삶의 원천은 ‘예술’입니다. 저는

부모님 덕분에 예술을 즐기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예술’

이 진정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임을 자연스럽게 배웠

습니다.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사실상 신앙에 대해 진지하

게 고민을 한 것은 대학 때였습니다. 긴 방황과 고민 끝에

하느님께 이른 것이니 이 시간은 제 신앙생활에 있어 중대

한전환점이었습니다.

학생때부터마음속화두는, “과연예술은하느님보시기

에 아름다운 것일까?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실천하는

데 필요한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벨기에에서 대학 생활

을 하던 당시 나는 종교, 인생 등의 문제를 상담할 곳을 찾

았고, 결국 캠퍼스 내의 학생 상담 담당 신부인 스페인에서

오신미구엘신부님을찾아갔습니다. 상담은고백소에서진

행되었고, 나는 엉킨 생각들을 두서없이 쏟아냈습니다. 그

러자 신부님께서 유쾌하게 웃으시며, “네 생각을 차분히 글

로정리해서내일읽어주겠니? 지금네생각이정리되지않

은 것 같구나!” 하셨습니다. 그날 밤 복잡한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며 밤을 지새우고, 다음 날 떨리는 마음으로 신부님

앞에서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습니다. 한 시간 넘게 읽었으

니 듣기 힘드셨을 텐데 전혀 싫은 기색을 비치지 않으셨습

니다. 그리고 상담은 일주일간 이어졌습니다. 나의 고민을

그리 긴 시간 진지하게 털어놓고 정성껏 귀 기울이는 분을

만난것은결코흔치않은귀한시간이었습니다.

나는 그때 신부님께서 하신 놀라운 말씀을 잊지 못합니

다. “소피, 너는 성녀가 될 수 있어!” 무슨 그런 터무니없

는 말씀을 하시냐고 하자, “우리 인간은 누구나 성인, 성

녀가 될 수 있어. 우리는 착하고 악한 마음을 모두 갖고 있

는데 선함이 승리하면 성인이 되는 거야. 성인은 바로 그

리스도를 닮는 거야.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란다” 아!

그순간나는성인과나를별개의존재로생각하는것이결

코 ‘겸손’이아님을깨달았습니다! 성인도역시우리와같이

부족한 모습에서 출발하여, 나약함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

을 모두 극복하고 ‘선

(善)

이 승리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가

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 되신 것입니다! “나는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위장된 겸손’의 그늘에 숨어

고통의 길을 거부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졸업 후, 신부님 소식이 궁금해 알아보니 스페인의

가장 권위 있는 살라망카 대학의 신학과 교수로 계시다고

합니다. 방황하는 한 동양 학생의 횡설수설을 내치지 않고

귀 기울여주신 신부님 모습에서 나는 하느님의 ‘열림’을 보

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예술이하느님의속성인아름다움을드러

내듯이, 신부님은 진정 ‘경청’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증거

하셨습니다. 진정 하느님 안에 사시는 분은 타인에게서 선

함과 희망을 발견하고 인내한다는 멋진 깨달음을 주신 그

분을떠올립니다. 그사랑의향기를잊지못합니다.

박혜원

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운영위원

스페인신부님께배운 ‘경청’의의미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성요한 23세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