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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ਔ ੈ

말씀

이삭

성당에 가서 처음으로 미사를 봤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

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간 성당이

었죠. 성체맛은어떨까궁금해하면서꽤착실하게교리공

부를했던기억이아직도생생합니다.

사실 성인이 될 때까지만 해도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죠. 그저 주일 미사를 빼 먹으면 예

수님한테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의

무감만 있었습니다. 고3 때, 학력고사를 마치고 대학 원서

를 낼 때였죠.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 손을 잡고 보름 동안

새벽 미사를 다녔습니다. 고3이 대개 그렇듯 예수님께 원

하는대학에꼭붙게해달라는간청이었죠. 그때처음으로

종교가 주는 의미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당시의

기도를 반밖에 들어주지 않으셨지만, 그 또한 지금 돌이켜

보면 뜻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

되고부터 점점 본격적으로 종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

죠. 하늘에계시다는우리아버지하느님은실제로어디계

시지? 예수님이 행했던 그 많은 기적들은 과연 사실이었을

까? 종교라는 게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걸까? 이런 의문

에 당시 내 지식과 생각의 범주에서는 낙관적인 해답을 찾

을 수 없었습니다. 한때 냉담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

간나는다시성당을찾고있었습니다. 하느님께의지할수

밖에 없는, 하느님에 의해 만들어진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기때문이었죠.

특별한 계기나 뜨거운 신앙 체험이 없어도 하느님은 그

렇게오랜시간내삶에조용히스며들었습니다. 하느님말

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용한 신

앙생활을했고점점당신이내삶을인도하는것같은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배우자를 만났고, 그

녀는 신앙심이 깊었으며, 우리는 서로로 인하여 하느님께

더욱 다가가게 되었죠. 그리고 수많은 대학 중 가톨릭대학

교에서 운명처럼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들의 유

치원 문제로 고심할 무렵 우연히 성당 부설 유치원에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굴곡 없는 삶이지만 평범함 안에

숨겨진하느님의이끄심들이신기하고감사할따름입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신자가 되었던 40여 년

전, 이미하느님은나를당신에게이끌고계셨음을알게되

었습니다.

가끔, 뜨거운 체험을 한 신자들을 보면 신기한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

는건아니죠. 지나온시간을돌이켜보면하느님은조용하

게, 그러나나에게어울리는고유의방법으로내삶에개입

하셨던것같습니다. 나의남은모든삶도하느님께서이끄

시는대로, 원하시는대로, 하느님의뜻대로살고자노력하

려합니다.

위정호

알로이시오

가톨릭대학교성심교정환경공학과교수

하느님의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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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성요한 23세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