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Page  4 / 13 Next Page
Information
Show Menu
Previous Page 4 / 13 Next Page
Page Background

4

서울주보

출처가 불분명한

유해 사진

박준양

세례자요한신부 | 가톨릭대학교교수, 주교회의신앙교리위원회총무, 교황청국제신학위원

특별기고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손희송 주교)

는 12사도의

유해가 담겼다고 하는 성광 사진이 SNS를 통해 유포된다

는보고를접수했다. 그사진을보는것만으로도치유은사

와 영성이 넘친다고 한다. 신앙교리위원회는 우려를 표명

하며그문제점들을지적하였다.

첫째, 어떻게 유해를 입수하게 되었는지 경위와 출처에

대한근거가없다. 중세에이르기까지성인유해공경이이

루어졌지만, 동시에 과도하고 잘못된 인식으로 약탈이 속

출해, 진짜유해와가짜유해가구분되지않고여러곳에서

중복 소장되기도 하였다. 성인 유해 공경은 교회의 허락을

받아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의 교도권은, 확실하고 ‘진정

한’ 성인 유해만 인정된다는 지침을 거듭 확인해왔다. 현재

12사도의 유해를 모았다고 하는 성광 사진이 국내에서 유

포되는데, 그 확실한 교회사적 근거가 없다면 신빙성이 매

우떨어지는것이다.

둘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치유의 은사를 받는다고 하

는것은, 유해라는 ‘사물’ 자체의기계적이고자동적인힘을

믿게끔 하는 오류이다. 만일 유해라는 ‘표지’를 통해 그 신

앙의 모범을 본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인들에 대한 공경

이 이루어지고 성인들의 기도를 청한다면, 우리는 하느님

의 뜻에 따라 은총을 입게 될 것이다. 유해는 은총을 위한

하나의표지일뿐, 그자체로은총의효력을발생시키지못

한다.

셋째, 은사는 교회의 공동체적 필요를 위해 주어지는 것

이기에, 개인의영예를위해은사를청하는일은없어야한

다.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

(1코린 12,9)

가 주어질 수

있지만, 이는 “성령께서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

(1코린 12,11)

이다. 은사는 “바람이 불고 싶은 데로

부는 것처럼”

(요한 3,8)

역사하시는 성령께서 주시는 것이며,

은사의 진실성과 올바른 실천에 관한 판단은 교회 교도권

에속한다.

넷째, 성인들에 대한 ‘공경’을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향한 ‘흠숭’에로 나아가야 한다. 성인 공경의 이유는, 그분

들 삶의 모범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리스도를 따르

는길을배우고자하는것이며, 또한우리를위해하느님께

기도해주시도록 성인들에게 청하는 데에 있다. 과장된 유

해공경으로인해, 삼위일체하느님께드려야할찬미와흠

숭이소홀해져서는안된다. 또한하느님과인간사이의유

일한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한 경시로 이

어져서도안된다.

결론적으로, 일부 저급한 웰빙 문화식의 치유 흐름이 교

회안에도번져서는안된다. 불확실한유해에매달리는것

은 신앙의 미성숙함을 반영한다. 우리는 미사와 성체강복,

성체조배를 통해 예수성심을 묵상하며 그 신비 안에 머물

러야 한다.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직접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은총과 기적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 온 마음

으로 바라보며 묵상해야 할 대상은, 불확실한 유해가 담긴

성광이나 그 사진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가

모셔진 성광과 감실이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

고자비로운마음만이진정한치유를선사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