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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나다컸어요. 혼자있을수있어!”

유치원에 다니던 7살 시절 하원 후 엄마가 외출할 일이

생길 때면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씩씩하게 말했었

죠. 정말괜찮겠냐고묻던엄마에게낮잠자면된다며이불

을덮고자는척을했었습니다. 엄마는그런막내가귀엽고

대견하셨겠지요. 그러나 실은 현관문이 닫히는 ‘쾅’ 소리가

정말크게느껴졌고저는참많이무서웠습니다. 눈물콧물

흘리는 모습을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누구에게 감추고 싶

었던 건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난 어른이야.

다 컸어. 혼자 있을 줄 알아야 돼. 울면 바보야.’ 이런 말들

을되뇌며엄마를기다렸습니다.

30대 중반이 된 요즘 그때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인생에

서스스로를어른이라고생각했던시절은그때가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것같습니다. 대학에가면모든게바뀔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나니 여전히 나는 아직 무

서운게많은아이였습니다. 졸업후사회생활을하게되면

어른이될줄알았지만그역시도아니었습니다. 어른만할

수있다고여겼던운전도매일하게되었고, 여러학생으로

부터 인생의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했으

며, 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울타리가 전보다 더 필요

한 아이였습니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이렇게 더 무섭고 아

프고 눈물 흘릴 일이 많아질 줄 알았더라면 7살 때 “난 어

린아이니까 그렇게는 못 해요.”라고 실컷 칭얼댈 걸 그랬

나봅니다.

문득 자녀가 생기면 어른이 되는 걸까 궁금해져 부모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여러 친구에게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

도 같았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20대 초반에 머물러있고 예

전보다 더 도움이 필요하고 두려운 게 더 많아졌다고. 7살

시절 나의 온 우주였던 엄마 아빠도 어쩌면 어른이 아니었

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고 힘들 때면 어린 시절의 나처

럼 숨어서 울며 책임의 무게에 버거워하셨겠지요. 삶이 계

속될수록경험은쌓여간다지만인생은처음마주하는일의

연속이고, 처음 겪는 일엔 계속 서툴 겁니다. 그래서 지난

인생만큼의 시간이 더 흐른다고 해도 전 여전히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자신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님, 우

리 아버지께 참 감사합니다. 나잇값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

고싶어꾹꾹눌러온위로받고싶은어린자아를그대로내

보일수있는분. 내가노인이된다해도늘나를자녀로보

살펴주실분. 어른인척, 괜찮은척하려해도속일수없는

분. 때론나도잘알수없는내자신을온전한나로사랑해

주는 분. 그런 당신이 계셔서 저는 어른이 되는 것을 조금

천천히해도될것같습니다.

“전아직멀었어요. 혼자는못있어요. 같이있어주세요.

주님.”

최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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