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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이삭

“평화를빕니다.”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저와 엄마의 눈이

처음 마주칩니다. 엄마는 12년 전부터 성가대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미사전연습으로늘일찍성당에가시기때문에

저는 성가대 뒷자리에 앉아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

사를 드리다가 그때 처음 엄마의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언제 저렇게 밝고 기쁜 표정을 지을까?’ 궁금할 정도

로엄마의표정은반짝반짝빛이납니다. 엄마가지극히사

랑하는하느님과함께하는시간에당신의자녀도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엄마를 행복하게 했구나 생각하니 괜스레

눈물이 차오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것’이란말이가슴을치는요즘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 새벽미사에 참석하는 엄마

는 우리 가족 신앙생활의 정신적 기둥입니다. 어린 나이에

졸린 눈을 비비며 1년 동안 엄마와 함께 새벽미사를 드렸

었지요. 이사를 간 후 저는 더 이상 엄마와 미사에 함께 가

지 않았습니다. 새 친구들을 사귀었고 반주자와 성가대 단

장을 겸하며 많은 시간을 성당에서 보냈습니다. 실은 주님

을만나는기쁨보다또래친구들을만나놀고싶은맘이더

컸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라면서 사춘기를

겪었고 학업과 친구들, 자신의 다양한 희망을 좇으며 점점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갔습니다. 일을 시작한 후 어

려움을 겪을 때면 ‘걱정하실까봐’라는 이유로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늘어갔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내가 내어주지 않는

시간 때문에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서른을 훌쩍

넘기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

라도 함께 있음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 모두의 엄마, 그리

고아빠입니다.

자식을 낳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엄마 없이 태

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던

예수님께도 성모님이 계셨지요. 저는 종종 예수님께도 잘

전해달라며 성모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십자가의 길 제 4

처 예수님과 성모님의 만남에서는 늘 눈물이 납니다. 성모

님은 인간이셨던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여인으로

는 견딜 수 없었을 자식의 수난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이

아프셨을까요.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흘 만에 찾은 12살 아

들이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

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대답했을 때 엄마는 아

들이 대견하고 감사하면서도 쓸쓸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

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보다 많은 사

람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을 테니

까요. 하느님에 의해 승천하신 성모님이 지금은 사랑하는

아들과 꼭 붙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엄마의 눈빛처럼 세상 모든 엄마들이 반짝

거리는 하루이길 기도합니다. 우리가 먼저 내어준 시간 속

에서요.

최송현

카타리나

| 배우

캘리그라피

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베네딕도 16세

엄마!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