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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예수님의목숨값으로주어진나의삶

오늘은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2,300m가

넘는높은산에서십자가를만난순간, 주님의십자가가제가슴에크게와닿았습니다. 예수님께서수난, 죽

음과 부활로 인류를 구원하셨음에도 우리는 내 십자가를 힘들다고만 생각합니다. 주님의 자녀로서 그분의

삶을묵상하며부활신앙을되새기는신앙생활을해야겠습니다.

김승길

세실리아

|

가톨릭사진가회

“엘로이엘로이레마사박타니? 저의하느님, 저의하느님,

어찌하여저를버리셨습니까?”

(마르 15,34)

사진

설명

돌로미티, 이탈리아

이광휘

베드로신부 | 사회사목국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로마 성지순례 때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했던 적이 있습

니다. 박물관에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이 있었습니다. 그중

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벽화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

다. 시스티나성당으로가는통로에있던벽화인데, 주인공

인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움직입니

다. 어느각도에서바라봐도예수님의눈과몸체가같이움

직이며, 예수님의시선이성화를보는그사람을향한채로

계속따라오는그림이었습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교회는 ‘주님의 수난기’

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수

난기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시선을 생각해 봅니다. 그 시선

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예수님은 십자가의 무게에 눌

려 쓰러지시는 순간에도 나만을 생각하셨다는 듯, 그 시선

은 나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바로 너 때문이다!” 당신께서 십자가를 지

신 이유가, 당신께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넘어지셔야만 했

던 이유가 바로 나 자신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리스도

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

기까지순종하셨네.”

(필리 2,8 참조)

그런데, 예수님의 ‘너때문에’라는말은결코원망섞인탄

식의 외침이 아닙니다. 이 말에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라

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수난기의 베드로가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했던 것처럼

(마르

14,66-72 참조)

, 네가수없이나를모른다며배반해서, 네가그

모양이어서내가이렇게되었다는질책이아닙니다. 오히려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너를 위하여 이렇게 기꺼이 목

숨까지바칠수있다는, 당신사랑의고백인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

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필리 2,6-7 참조)

예수님께서나약하고비천한인

간의모습이되어세상에오신이유도, 그리고오늘수난기

에서처럼 당신 목숨을 바치신 이유도 바로 인간에 대한 지

극한 사랑 때문입니다. 억지로 하는 사랑이 아니라 자발적

으로하는완전한사랑의완성입니다. 그래서오늘수난중

이신 예수님은 거역하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으시며, 수

난의 여정, 사랑의 여정에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으십

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얼굴을가리지도않았다.”

(이사 50,6)

오늘 수난기의 예수님은 그 시선으로 바라보시며 우리에

게물으십니다. “나의목숨값으로구한너인데, 그러니어떻

게하겠느냐? 나와함께이길을가겠느냐?” 예수님은할일

을 다 하셨습니다. 당신의 모든 사랑을 다하셨습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주님의 목숨값으로 구한 소중한

삶 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사랑의 십자가를 주님과 함께

기꺼이짊어지며살아가는우리들이되었으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