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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풀검의 이 책이 유명해진 뒤, “~에서 다 배웠다”가
유행처럼번졌습니다. 저도하나더하고싶습니다.
“내가배워야할모든것은주일학교에서다배웠다.”
“신부님, 제가 봉사할 일이 있을까요?” 1984년 1월 초
주일미사 뒤 처음 뵙는 보좌신부님께 이렇게 여쭈었습니
다. 그 무렵 부모님은 시골 논밭을 팔아 잠실에 작은 아파
트를 장만하셨습니다. 기숙사와 하숙집과 자취방을 떠돌
던 생활을 끝내고 정착할 ‘내 집’과 ‘우리 성당’이 생겨서였
을까요? 그렇게 봉사를 자청했고 김덕근 요셉 신부님은
반갑게 웃으시며 목요일 저녁 사제관으로 오라 하셨습니
다. 그런 연유로 대학 4학년 청년 예로니모는 얼떨결에 잠
실성당중고등부주일학교교사가되었습니다.
대학 새내기 후배들, 청년 단체 활동 뒤 교사회로 옮겨
온 선배들과 함께 명동성당 교사학교를 수료하고 고2 담
임을 맡았습니다. 생전 처음 맡은 선생 역할이 어색하고
부담도 되었지만, 동생 같은 고2 학생들과 청년예수 공부
도 하고 주일학교를 마치면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함께 축
구도 했습니다. 커다란 들통에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일
때무척행복했습니다.
800명 가까운 학생들을 두 번에 나누어 여름캠프를 했
던 적도 있습니다. 조담임 교사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
었고, 각 조 선배들은 엄마와 아빠, 그 아래로는 형제자매
가 되어 한 가족처럼 캠프 생활을 했습니다. 늘 받기만 하
다 주는 입장이 된 청년 교사들도, 집과 학교에서 받아보
지 못한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은 중고교 학생들도 많은
걸 배우고 느끼며 쑥쑥 자랐습니다. 주일학교는 사람을 키
우는또하나의가정이었습니다.
교사를 시작하던 무렵 초등부 주보 <작은마음>의 만화가
모집공고를보고응모해 1984년부터 6년간 ‘만화유리알’을
그렸습니다. 잠실성당 중고등부 교사에 더해 교사연합회 편
집부 활동까지 한 덕에 교육부 후배 헬레나를 만나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잠실 교사 OB 모임 때 자녀들도 함
께했던 덕일까요? 고등학생이던 큰아들 프란치스코가 주일
학교에 관심을 갖더니,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10년째 주일
학교교사를하고있습니다. 엄마아빠보다훨씬더오래….
네 아이를 키우고, 10년 넘게 주말농장을 하며, 또 대학
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깨닫게됩니다. ‘아빠’와 ‘농부’와 ‘선
생’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명을 키운다는 것, 제가 키우
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란다는 것, 제가 할 일은 그저 바위
처럼 믿고 격려와 사랑을 듬뿍 주는 것뿐이라는 걸. 생명을
키우는 지혜를 제게 처음 가르쳐준 게 주일학교였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교사 첫해 만났던 고2 제자
최분도는 베트남 종합물류회사를 창업한 글로벌 유명 인사
가 되었는데, 경영 노하우를 대부분 주일학교에서 배웠다
고 고백합니다. 더없이 소중한 주일학교의 추억을 더 많은
청소년, 청년들과공유하고싶습니다. 오라! 주일학교로.
말씀
의
이삭
주일학교의추억
정석
예로니모
| 서울시립대학교교수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장혜란
마르타
제기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