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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가장 좋아하는 기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주저 없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라고 말
합니다. 부끄럽지만 ‘평화를 위한 기도’를 가장 좋아하게
된 동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대학 시절 그룹 안에는 매번 저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
람이 꼭 한 명씩 있었습니다.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
을 말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면 ‘나와는 안 맞는 사람이다’,
‘거리를 두고 지내야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반대 의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나와는 먼 사람으로 생각하고 거리
를 두었습니다.
뮤지컬 프로 무대에 데뷔 작품을 준비하면서부터 저를
힘들게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심 어린 충고로 하는 말인
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와 노래, 춤뿐만 아니라 개
인 사생활까지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실에 가는 것이 두렵고 그분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서로의 고충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회사원
은 그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한 그 직장상사와 계속 마주
칠 수밖에 없지만, 나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그
후에는 마주칠 일이 없으니 조금만 참고 버티자!’라고 생
각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힘든 상황을 버
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
습니다. 주일 미사를 드리고 마침 기도로 ‘평화를 위한 기
도’를 바치는 중에 정작 저 자신은 평화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않
고 이해받기만을 원하고,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만을
원한 저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저 스스로 제
안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음이 맞지 않
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도 모두 제 마음이 만들어 낸 것
이었습니다.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달라는 기도와는 달
리, 제 마음속의 미움만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미움이 있
는 곳에 사랑을 가져오는 자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와 달
리, 제 마음속 미움조차 지우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
였고, 스스로 노력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나아가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 후 미사를 드리면서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노라’
라는 말씀이 다른 깊이로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면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저
자신이 주님의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평화는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레오
| 뮤지컬배우
평화의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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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세실리아 | 홍보국
역대
교황님
말씀
| 교황요한 2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