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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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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엘리사벳

| 영화배우

말씀

이삭

길위에서의만남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걷는 사람

들과 마주치곤 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육체적으

로 고된 여행이어서 그런지, 짧은 만남 속에서도 진지한 대

화를 나누기도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특별한 친구가

되기도합니다.

산티아고순례길여행이열흘정도지났을때입니다. 모녀

사이로보이는스페인아주머니한분과옆에서그아주머니

를 부추기며 걷는 딸의 모습이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

분들과 눈인사 정도만 나누고 며칠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걷게되었습니다. 화살표를따라서목적지를향해걷

다보면들판을가로지르기도하고숲속을걷기도하고땡볕

의도로옆갓길을하루종일걷기도합니다. 또하루에도여

러번바뀌는날씨를맞닥뜨리기도합니다. 한번은산중턱

을걷는데예상치못한소낙비때문에삽시간에도랑물이넘

쳐길이사라져버리는바람에숲길을헤매다밤늦게서야가

까스로 숙소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홀딱 젖은 옷과 퉁퉁

부은발때문에신발을벗고서맨발로무거운발걸음을옮기

다숙소를발견하자왠지알수없는설움같은것이복받쳤

습니다. 그런데 그때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누군가가 저

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지르며 한 걸음에 달려오는 것이었

습니다. 누군가하며봤더니저랑앞서거니뒤서거니하면서

길을 걸었던 그 스페인 아주머니이셨습니다. 그분은 제 두

손을덥석잡으시며잠시안도의한숨을쉬시더니다시저를

안아주시고 등을 쓸어주시며 제가 늦게까지 안 와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또 제 발은 괜찮은 건지 물어봐 주셨습니다.

따뜻하게 저를 대해주시는 그분에게 저는 마음을 활짝 열고

꽤오랫동안대화를나누었습니다. 마음이통해서일까요.

그분은마치제게수호천사와도같았습니다. 홀로걷는순

례길 여행이라 두려움이 가득 찰 때도, 때로는 걷잡을 수없

이 외로움이 몰려올 때도, 또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했는데그길위에서누군가가나를생각해주고걱정

해준다고생각하니제게큰힘이되었습니다. 짧았지만그분

과의따뜻했던만남은여행을떠날당시일에대한회의감으

로지치고절망적이었던제게한줄기빛이되어제마음한

편에자리잡았고, 마음이따뜻해지니내안에가득담고있

었던 복잡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모든 것이 긍정

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몇 시간 동안을 타

인을 걱정하며 기다려주셨을 그 아주머니의 마음을 떠올려

보면지금이순간에도감동이밀려와가슴이뜨거워집니다.

저는그날그분을통해예수님을보았습니다.

아주머니를 만난 후 저는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

에게 먼저 말을 걸고 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

고 지쳐 보이는 사람들에게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격려해

주면서 그렇게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씩 걸었습니다. 마음

을나눌때얼마나큰힘이되는지그스페인아주머니을통

해배웠기때문입니다.

교리상식

‘첫 강복’이란 새로 서품된 사제가 서품 미사 직후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안수를 하면서 주는 강복을 말합니다. 준성사

인 첫 강복의 효과는 아주 큽니다. 첫 강복을 받는 사람이나 강복을 주는 사람

(새 사제)

이나 마음의 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만큼새사제가주는첫강복은주는사람의새로움과열정, 받는사람의갈망과맞물려더큰영적유

익함을줍니다. 누군가첫강복의효험에과도한관심을갖게된다면, 그것은영적인유익보다는미신적인태도로기울어

질위험이있습니다.

첫 강복이 그렇게 좋은가요?

글_

교회상식속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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