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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생명을 해석해내는 사람들입니다”

가정은생명과사랑의공동체로서사랑을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하는사명에서나오는결정적인책임을지닙니다. 여기서

사랑은하느님의사랑을말합니다.부모들은그사랑의협력자들이며,그들이생명을전달하고부모다운자애로운계획에의해서그

생명을양육할때그들은생명을해석해내는사람들이되는것입니다.

(생명의복음92항참조).

글_

생명위원회

생명운동

깊은 밤 겨울바람이, 누군가의 흐느낌처럼 불어와 분노

의 외침처럼 마을을 덮었다. 그 서글픈 바람 소리가 점점

세차지는가 싶더니 누군가의 괴성으로 이어졌다. 장운이

었다. 오늘도 장운은 몇 개월 전, 온몸을 훑고 지나간 고

문의 아픔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운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장운이 육신의 고통보다 더한 죄책

감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음을 말이다.

천주교인이라는 이유로 포청으로 붙잡혀 갈 때까지만

해도 장운은 자신 있었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천주를 알

고 천주를 믿었던 태중 교우가 아니던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난 후에는 더욱더 천주를 의지하며 어려운 살림살

이에도 굳건히 살아가던 장운이 아니던가! 기도도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쏟아지는 매질과 고문 앞에 산산이 흩어졌다. 장운은

이 고통을 어서 끝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외쳤다.

“배교합니다.”

장운은 자꾸만 귀에 맴도는 그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

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감은 며칠을 가지 못했다. 천주

님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천주님이 벌을 내릴 거라는 공

포,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질타와 연민이 섞인 시선. 이

모든 것들이 장운을 끝없는 어둠으로 몰아내었다. 차라리

죽음이 자신을 삼켜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아, 천주님의 자비를 믿어야 한다. 천주님께 넌 어

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는 아들, 요한이란다. 쓰러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잖니? 다시 일어나는 거야. 예

수님도 세 번 쓰러졌지만 세 번 다 일어나셨단다.”

장운은 어머니의 품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 울음으로

장운은 다시 일어났다.

6년 후, 장운은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자꾸만 다리

가 후들거려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만큼 긴장해 도착한 곳에는 그분이 계셨다. ‘김대

건 안드레아’ 그분이 사제가 되어 조선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장운은 오늘만을 기다렸다. 6년 동안 자신의

죄를 성찰했으며, 6년 동안 눈물로 통회했고, 6년 동안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고해성사는

죽은 후에나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천주님은 이미 장

운을 용서하셨고, 장운의 죄를 기억도 하지 않으시겠지만

소리 내어 전하고 싶었다. 죄송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감

사하다고.

장운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요한은 첫째가 되었다.

가톨릭

성인의

꼴찌의시작

성전장운요한

글_

서희정

마리아

| 그림_

홍미현

세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