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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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사순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 시기는 파스카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설정된 기간을 말합니다. 40이라는 숫자는 그리스도가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
했던 사실에서 유래된 숫자입니다. 이외에도 노아의 홍
수기간, 모세가 십계를 받기 전 단식기간,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방랑기간
등 40이라는 숫자는 모두 구원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사순 시기에 신자들에게 기도와 자선, 단식을
강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
을 물리치시고 엄격히 단식하던 것을 본받아 우리도 단
식과 금육을 통해 가난한 이웃을 돕고, 희생을 통하여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런 외적인 행동에는 마음의 회개를 통해서 하느님과 올
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우리 개개
인, 사회와 국가가 회개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있
는지를 깊이 각성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 공동체도 진정
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으로 늘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 역시 지상의 나그네 길에 있는
나약하고 회개할 것이 많은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사순 시기를 지내는 진정한 목적은 다름 아닌 ‘회개’
입니다. 교회는 사순절을 시작하며 “하느님의 나라가 가
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5)
고 외칩니
다. 회개란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
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회
개를 통해 하느님께 다가가서 하느님의 자비를 닮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프란
치스코 교황께서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타인의 영적·
물적 성장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아야 한다”
(2016년 5월 26
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교황 강론 중에서)
라고 당부하셨습
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도 오늘날 계속해서 “너희가 그
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마태 14,16)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회개한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
다. 또한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이 충실한 사랑 실천을
통하여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먹을 것
을 나누어 주고 어려운 이를 찾아가 손을 잡고 위로해
줍시다. 하느님의 자비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비추며,
내 이웃을 사랑하도록 힘을 불어 넣어줍니다. 우리는 우
리 자신의 것을 나누어 줌으로써 오히려 더욱더 많은 것
을 얻게 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상 안에
서 자비의 활동을 통해 신앙의 기적을 체험합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에 좋은 이
사순 시기를 의미 있게 보냅시다. 이번 사순절은 우리
모두가 진정 회개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맛보는 시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신앙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이를 간청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염수정안드레아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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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교구장 사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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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나라가가까이왔다.
회개하고복음을믿어라”
(마르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