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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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지난해 9월 저는 명동대성당 갤러리 1898에서 ‘북촌 한
옥’을 주제로 개인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북촌 한옥마을을 찾고 북촌의 아름다움에 열광합니다. 그
러나 정작 이 동네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누가 어떤
철학으로 이런 동네를 개발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
니다.
1920년에서 1930년대에 걸쳐 북촌에 한옥 단지를 일궈
내신 분은 바로 저의 할아버지 정세권이십니다. 당시 일제
의 압박을 물리치고 경성의 한복판에 우리의 긍지를 한옥
으로뿌리박아놓으셨다는점이놀라울뿐아니라, 그집들
이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서민들을 위한 30평 내외 소규모
의 실용적 한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분의 앞서가
신 애국애족의 철학에 감동하게 됩니다. 그분은 한옥 건축
을통해서일구신부를당시독립운동을하던신간회, 조선
어학회와 조선물산장려회를 위하여 아낌없이 쏟아 후원하
신분이시기도합니다.
할아버지의 업적을 되새기며 저 또한 후손으로서 북촌
한옥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할아버지의 높은 뜻을 널리 알
리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후손으로서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절실한 책임감 때문에 저는 덜컥 전시장에 대
관 계약을 했습니다. 사실 전시의 준비는 덜 된 채 전시 날
짜부터 못 박아놓은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때부터 제
게두려움이덮쳐왔습니다.
전시의 주제는 정하였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소재로
잡아 어떻게 촬영을 할지 막연하였습니다. 더구나 북촌은
수많은 사람이 방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온 곳인데 어떻게
남다른사진으로표현할수있을까. 잠을이루지못하는날
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문득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올리며주님께의탁하는저를깨닫게되었습니다.
“주님, 저로서는도저히오를수없는저바위위로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밤마다 묵주기도 안에서 시편의 구절을
묵상하며주님의은총을빌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의 할아버지와 문답하면서 북촌의 골목길
을헤매던어느날, 저는한옥의아름다움과함께할아버지
의 건축 철학과 가치관을 잘 드러내는 지붕과 하늘의 조형
적 형태에 시선이 꽂히게 되었고, 그것을 사진예술로 표현
하게되었습니다.
갤러리 1898에서의 전시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
었고, 그 후 북촌 소재 갤러리 한옥에서 초대전을 여는 기
쁨도 맛보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
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이끄심이 아니었다면 어찌 내가 그
일을해낼수있었을까.
100년 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노력하셨던 저의 할아버
지정세권요아킴께서도하늘나라에서손녀의노력을흐뭇
하게받아주셨으리라믿고있습니다.
정희선
카타리나
덕성여자대학교명예교수
저로서는못오를바위위로
저를이끌어주소서
교리상식
금육
(육식을 피하는 관습)
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내려오는 전통입니다. 처음엔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
요일에만하다가매주금요일에지키게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회교회법보완규정
(2002년 6월25일사도좌승인)
에따
르면, 연중금요일재는금육이나금주, 금연, 선행, 자선, 희생, 가족기도로지킬수있습니다. 재
(齋)
를지킴으로절약한
몫은자선사업에사용하도록합니다.
금육제? 금육재?
글_
「
교회상식속풀이」
|
바오로딸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