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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의
이삭
더높은곳을바라보아라
유송자
데레사
| AFI
(국제가톨릭 형제회)
제가 속한 AFI
(국제가톨릭형제회)
는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복음적 삶을 이루는데 일생을 봉헌하기로 서약한 평신도
공동체입니다. 회원들은 교육이나 상담, 사회복지, 사회
운동과 사회개발, 의료복지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며 교회
와 세상 안에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합니다.
꽤 오래전, AFI 국제생활 체험을 위해서 벨기에 브뤼셀
에서 지낼 때, 단체의 국제 비서처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를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머물던 한 한국
회원과 같이 당시 단체의 국제 비서로 일하고 있던 다른
AFI 회원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로마에서 추기경 회의를
하셨던 故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회의를 마치신 후, AFI
국제 비서처를 방문하셨으므로 우리는 함께 산보를 나갔
습니다.
“오, 밤송이 좀 보세요! 아름이 벌어지고 있어요!”
“와! 그러네! 밤알이 떨어지려고 해!”
유럽에는 밤나무가 귀해서 오랜만에 보는 밤송이가 더
욱 반가웠던지, 어린아이들처럼 들떠서 외치는 AFI들 사
이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라” 하시는 김수환 추기경님
의 특유한 저음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김추기경님의말씀대로더높은곳을바라보니, 밤나무
잎 사이로 눈부시게 빛나는 파란 하늘, 먼 곳에 은색 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작은 물체가 보였습니다. 코앞에 매달린
밤송이에 홀려서 그 이상 높게도 넓게도 보지 못했던 우리
들은 “아! 비행기….” 하며머쓱하게웃고말았습니다.
그 후, 저는 가끔 가슴이 막힐 것 같거나 삶이 답답해질
때,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라” 하신 추기경님의 말씀을
떠올리곤 합니다. 더 높은 곳이란, 다만 빛나는 은색 줄을
긋고 지나가는 비행기나 파란 하늘이 아니었습니다. 하늘
보다 더 높은 곳에 계신 ‘빛의 근원을 바라보라’고 하신 말
씀임을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난 후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
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 처음에 하느님
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
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
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요한 1,1-5)
해마다 예수님 성탄 날에 봉독되는 이 성경 말씀을 듣
고 있으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라”고 하시던 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음성도 함께 들리는 듯합니다.
빛과 생명으로 오시는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며, 하늘
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그 높
은 곳이 바로 내 주변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병들
고, 억압받으며, 힘없는 소외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임을깨달을수있는은총을주시도록간구합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경희
아녜스
| 가락동성당